앵무새 죽이기, 정의는 과정에 있다

소외된 이들을 바라보는 눈

by 사색하는 덕주부

변화는 마치 한 줄기 빛처럼, 가장 어두운 순간에도 꺼지지 않고 스며듭니다. 『그녀를 지키다』 속 비올라가 보여준 인내와 용기는, 시간이 막아서도 희망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길은 언제나 더디고, 때로는 절망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제 우리는 1930년대 미국 남부의 작은 마을로 시선을 옮깁니다. 『앵무새 죽이기』 속 어린 스카웃과 그녀의 아버지 애티커스는, 차별과 불평등의 그림자 속에서도 정의를 향해 한 발 내딛는 또 다른 빛을 보여줍니다.




1930년대 미국 남부 앨라배마주 메이콤. 어린 소녀 스카웃은 오빠 젬과 함께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두 남매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웃, 부 래들리에 대한 호기심으로 상상력을 키워갑니다. 사람들의 소문 속 그는 ‘괴물’ 같은 존재였고, 그 미스터리는 아이들에게 두려움과 흥미를 동시에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의 정적을 깨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스카웃의 아버지이자 변호사인 애티커스 핀치가 흑인 남성 톰 로빈슨의 국선 변호를 맡게 된 것입니다. 백인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은 흑인을 변호한다는 이유만으로, 애티커스와 가족은 마을 사람들과 친척들의 편견과 비난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재판에 나섭니다.




상상 속의 괴물, 부 래들리


1부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지는 인물은 이웃 부 래들리입니다. 그는 집 밖으로 거의 나오지 않아 괴팍하거나 위험한 사람으로 낙인찍혀 있었습니다. 아이들 역시 그의 실체를 본 적은 없지만, 상상과 괴담을 덧붙이며 ‘괴물’처럼 여기곤 했습니다.


닫힌 창문 너머의 실루엣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진짜 모습이 드러납니다.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을 남기고, 추운 밤 몰래 이불을 덮어주며, 마지막에는 스카웃과 젬을 구하기 위해 직접 나서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가 ‘괴물’이 된 이유는 단지 다르다는 이유뿐이었습니다. 사회가 만든 편견 속에서 그는 배척의 대상이 되었지만, 아이들은 그 선의를 체험하며 혼란과 반성을 경험합니다.




사회가 만든 죄, 톰 로빈슨


2부의 중심은 흑인 남성 톰 로빈슨의 재판입니다. 그는 백인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지만, 애티커스의 변호와 증언 과정을 통해 그가 무고하다는 사실이 분명해집니다. 그러나 배심원단은 끝내 유죄를 선고합니다. 당시 백인 사회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은 이성보다 편견을 선택한 것입니다.


기울어진 저울


재판 이후 톰은 교도소에서 탈출을 시도하다 총에 맞아 사망합니다. 이는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 사회가 무고한 한 사람을 끝내 짓밟은 장면이었습니다. 그의 죄는 성폭행이 아니라 ‘흑인’이라는 사실 그 자체였던 셈입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앵무새들


작품 속에서 애티커스는 아이들에게 “앵무새를 죽이지 말라”라고 말합니다. 이는 단순한 새가 아니라,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선의를 베푸는 존재를 상징합니다. 부 래들리와 톰 로빈슨은 모두 이 ‘앵무새’에 해당합니다.


앵무새(Mockingbird)의 빛


애티커스는 톰을 변호하며 자신의 신념을 실천했고, 스카웃은 마지막 장면에서 부 래들리의 범행을 드러내지 않기로 결심하며 아버지의 교훈을 내면화합니다. 정의란 결과가 아니라 옳은 길을 선택하고 지켜내는 과정임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 이야기는 1930년대 미국의 법정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오늘날에도 우리 주변에는 잘못 이해되고, 소외되며, 억울한 상황에 놓인 앵무새들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침묵하지 않고, 스카웃처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러나 정의는 언제나 빛만을 남기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자기만의 정의에 매몰되어 스스로를 파괴하기도 합니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속 라스콜니코프는 자신만의 정의를 근거로 노파를 살해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주관적일 수 있는 정의의 기준’과 그 기준에 따른 죄와 벌의 의미를 되새겨 보겠습니다.




by 사색하는 덕주부

책을 읽고, 삶을 사유하며,

언젠가 아들에게 전할 기록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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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는 AI 생성 도구를 통해 직접 제작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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