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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인간관계

by 열시


누군가는 답답하다 말할 수 있겠고 누구는 고쳐야 하는 성격이라 말하겠지만 나는 참고 참다가 관계를 포기해 버리는 타입이다.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최대한 대화를 시도한다. 좋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 또한 최대한 싸우지 않고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난 눈치가 빠른 편이고 사람들을 배려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물론 내 주위 사람들 대부분도 그렇다. 그래서 나의 인간관계 대부분은 10년은 기본으로 넘은 사이고 말하지 않아도, 연락이 없다가 1년 만에 만나더라도 편안한 관계로 남아있다. 하지만 이렇게 서로를 이해해 주는 관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본인이 필요할 때만 찾는 사람, 사람을 앞에 두고 휴대폰만 붙잡고 있는 사람, 이기적인 사람 같이 내가 이해가 안 되는 유형의 사람들은 전부 포기했다. 대화를 시도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내 감정을 쓸데없이 소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친구 관계뿐 아니라 연인 관계도 똑같았다.


누군가는 그저 회피하는 게 아니냐며 비난할 수도 있겠다. 실제로도 들어보기도 했던 말이기도 하다.


사실 그 말 자체가 조금 충격적이었다. 나는 늘 인간관계에 있어서 상대방을 배려해 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편이며 많은 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 생각했고 그저 내가 생각한 기준을 넘어버린 사람들에 한해서 관계를 포기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포기와 회피는 다르지 않나?라고 생각 했던 내 기준이 무너져버린 것이다.


그래서 얼마 전에 친구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내가 불편한 상황들을 모두 회피하려는 걸까? 라며 물으니 친구는 이렇게 말해주더라.


나는 외부영향으로 인해 내가 감정적으로 변하는 상황이 오면 그 상황 자체를 피해버리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고, 그래서 풀지 못한 응어리로 내 마음을 다치게 하는 것 같다고 말이다. 아닌 건 아니다고 말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수년간 포기하면 편하다는 것을 알게 된 나는 오히려 내 마음에게 못할 짓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난 내 감정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고 회피하고 있었단 이야기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스스로를 조금 더 사랑해 주기로 했다. 내 마음들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시작했고 관련 책을 읽는 중이기도 하다. 아직은 어렵고 낯설다. 여전히 인간관계를 포기하는 것은 버리지 못할 것 같기도 하다. 난 나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을 끔찍하게도 싫어하고 나 조차도 남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이 생겼을 때 스스로에게도 채찍질을 심하게 하는 편이었으니까.


이렇게 주절주절 쓰면서 생각을 정리해보려 해도 인간관계는 여전히 어렵다. 내가 하는 말이 맞는가 싶기도 하고 이해되지 않는 상황도 많다. 하지만 나를 위해 조금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은 동의하는 부분이고 내가 노력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친구들을 주위에 둔 나는 정말 복 받은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 친구들은 이 글을 보진 못하겠지만 늘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언젠가 용기가 난다면 이런 말도 직접 전하는 날이 오겠지?


좋은 사람에겐 더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는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되는 그날까지 나를 먼저 사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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