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미니멀라이프를 열심히 했던 기억이 있다. 관련된 책도 많이 읽었고 물건도 많이 정리했었다. 물론 지금은 맥시멈 라이프를 살고 있지만 말이다.
그 기억을 살려 주변 환경 정리를 시작했다. 최대한 어지르지 않을 동선을 만들고 물건을 재배치했다.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은 작업실에 예쁘게 전시해 뒀다. 물건을 정리하는데 많은 시간이 쓰이진 않았지만 매번 어지르느라 치우는 시간은 확실히 줄었다.
명확한 자리가 있는 물건은 쓰고 난 뒤 제자리를 찾아가고 너저분하던 책상 위는 늘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다. 청소하느라 소비되는 시간에 다른 일을 할 수가 있다는 게 내가 정리를 시작한 가장 큰 이유이다.
그리고 물건을 정리하며 조용한 시간에 집중하다 보면 잡생각으로 가득한 마음도 조금씩 정리가 된다. 쓸데없는 걱정, 부정적인 생각, 날 불안하게 만들었던 말들도 조금씩 정리가 되더라. 건강한 몸, 깨끗한 주변환경에 건강한 마음이 깃든다는 말을 다시 한번 되뇌게 되었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신경 쓰던 것들이 하나 둘 정리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도 정리가 되었다.
유쾌함이라는 탈을 쓰고 나에게 서슴없이 나쁜 말을 내뱉는 사람,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조언이랍시고 상처 주는 말을 쉽게 꺼내는 사람과 조금은 무뚝뚝할지라도 애정이 깃든 걱정을 건네주는 사람, 나를 위해 대신 화내주는 사람이 구분이 되더라. 여러 가지 요인으로 흐려졌던 판단력이 조금씩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내 주위에는 좋은 사람들이 가득했다. 주위 가족, 친구들에게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결국 주변 환경 정리 또한 나를 위한 일이었던 것이다. 나를 위한 일정한 규칙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며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강박이 생기지 않을 정도의 규칙적인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나는 조금씩이지만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걸 확연하게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