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빛을 끄는 사람인가, 비추는 사람인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당신의 열심이, 때론 사랑하는 이의 빛을 끕니다

by 위드유코치


아이를 재우고 거실에 홀로 앉아 있는 깊은 밤,

종종 묵직한 질문들이 파도처럼 밀려오곤 한다.


'나는 과연 잘하고 있는 걸까?'
'내가 좋은 아빠이긴 한 걸까?',
'왜 아이는 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을까?"



8년 전, 퇴사 후 주 양육자로서의 삶을 덜컥 시작했을 때 내 안에는 두려움과 열망이 지독하게 뒤엉켜 있었다.



좋은 아빠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은 나를 늘 긴장 상태를 만들었고, 아이가 조금만 엇나가기라도 할 때면 내 안에는 즉각 '비상사태'가 선포되었다. 그리고 어떻게든 그 상황을 내 통제하에 두고, 삐걱거리는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려 달려들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켤수록, 아이와의 관계는 차갑게 식어갔고, 나의 열심이 도리어 아이의 입을 다물게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서늘한 절망감을 느꼈다.



아이를 사랑하기에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다가간 것인데, 왜 아이는 내 앞에서 입을 닫아 버린 걸까?




관계의 스위치를 내리는 '문제 해결사'의 함정


인간관계에서 타인을 대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 누군가를 만나면 자신이 얼마나 크고 대단한지 증명하느라 상대방을 작아지게 만드는 사람.


두 번째, 상대방이 얼마나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인지를 일깨워주어 그를 환하게 빛나게 하는 사람.


어쩌면 인간관계에서 상대의 빛을 끄는 사람은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고통이나 결핍이 보일 때, 본능적으로 '해결사'의 옷을 입게 된다.

이것을 협상학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갈등 상황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과제'로 치환해 버리려는 것이다.




"네가 지금 우울한 이유는 이걸 안 해서 그래! 이렇게 해봐."
"당신이 힘들다고? 그럼 내가 어떻게 해줄까? 정답을 말해봐."



하지만 사람의 감정은 수리가 필요한 고장 난 기계가 아니다. 우리가 상대방을 '해결해야 할 문제'로 바라보는 순간, 상대의 고유한 존재감은 사라지고 고쳐야 할 대상이라는 초라한 꼬리표만 남게 된다.


결국 나의 그 차가운 분석과 따가운 조언이, 사랑하는 이의 내면에 켜져 있던 작은 자존감의 스위치를 가차 없이 꺼버리고 마는 것이다.




존재를 향해 조명을 켜는 '마음'


"코칭이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를 존중하고
내면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믿는 것이다."


상대방 내면에 존재하는 빛을 비추는 사람이 되는 길이 바로 이 문장 안에 숨어 있다.

겉으로 드러난 문제 행동을 뜯어고치려 덤벼드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를 바라보는 한 인간의 마음을 경외감을 가지고 응시하는 태도.


이것이 상대 내면에 존재하는 빛을 비춰주는 태도이다.




상대 내면에는 이미 스스로 해답을 찾아낼 무한한 가능성이 존재한다. 상대를 사랑하는 만큼 내가 해야 할 일은 정답을 쥐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캄캄한 마음에 조명을 비추어주는 것이다.


존중의 언어로 소통하고 배려의 마음으로 기다려줄 때, 상대는 스스로 자신에게 묻은 흙을 털고 일어나 다시 미소 짓게 될 것이다.




나를 끄고 너를 켜는 '존중어'의 마법


그렇다면, 내 안의 '해결사 본능'을 잠재우고 사랑하는 사람의 빛을 비춰주기 위해 우리는 '존중어'를 어떻게 일상에 적용해야 할까?



1. "어떻게 해줄까?" 대신 "어떤 마음이었어?"라고 묻기


상대가 힘든 일을 털어놓을 때, 당장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입술을 꾹 닫고, 상대의 감정 자체에 조명을 비춰주는 말을 해주자.


"그 일 때문에 네 마음이 참 많이 다쳤겠구나. 그때 어떤 감정이었어?" 판단 없이 마음을 물어주는 이 한마디가, 얼어붙은 영혼에 따뜻한 볕을 비춰주게 될 것이다.


2. 통제하려는 시선을 거두고, 발견하는 시선으로 바라보기


"왜 이렇게 안 해?"라는 따끔한 경고를 멈추고, 오늘 하루 상대방이 보여준 아주 작은 성취나 다정한 태도를 발견하고 인정해 주자.


"아빠는 네가 오늘 스스로 신발을 정리하는 걸 봤어. 우리 아들, 정말 멋지게 성장하고 있네."


상대의 좋은 점을 끊임없이 목격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어로 확인시켜 줄 때, 상대는 자신이 얼마나 빛나는 존재인지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다.




이미 당신 안에도 눈부신 빛이 있다.


육아를 하다 보면, 문득 내가 지독하게 초라해지는 순간들이 찾아오곤 한다.


좋은 아빠, 다정한 남편이 되고 싶었지만 자꾸만 엇나가는 관계 속에서 '내 정체성은 도대체 무엇인가?' 길을 잃기도 한다.


하지만 더 나은 관계를 고민하며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더 열심히 하려 애쓰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관계의 갈증을 느끼고 무언가를 변화시키려 고민하고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당신 안에 가족을 향한 거대한 사랑과 가능성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


코칭은 무언가 부족해서 받는 처방전이 아니다. 내 안에 이미 존재하는 다정함을 발견해 가는 따뜻한 차 한 잔과 같은 시간이다.



오늘만큼은 집 현관문을 열 때, 문제 해결사의 차가운 서류 가방은 잠시 밖에 내려두고 당신만의 따뜻한 눈빛이라는 조명으로 세상에서 가장 귀한 당신의 가족들을 비춰주자.



당신의 다정한 시선이 머무는 그곳에서, 당신의 우주는 눈부시게 반짝이기 시작할 것이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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