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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드유코치 Jun 07. 2023

자전과 공전이 존재하는 지구별에 살고 있다는 증거

테니스를 처음 배울 때 벽치기라는 것을 했다.

라켓을 한 손에 들고, 벽을 향해 포핸드, 백핸드, 발리, 스매싱 등을 하면, 공은 어김없이 나에게 돌아왔다.


10년 전 즈음 후배 커플이 지들 동물원 데이트 하는 데 친절(?)하게 솔로인 나를 기사로 채용해 줬다.

"형, 우리 덕분에 동물원도 가고 좋지?"

"그래 ㅆㅂ ㅈㄴㄱ 좋다" 욕을 해줬다.

(집에 혼자 있는 게 너무 싫어서 따라갔다 ㅠㅠㅠ)


동물원 가던 길, 편의점을 들려야 한다는 후배의 말에 국도 주변에 잠시 차를 정차하고, 자연스러우면서 습관적으로 창문을 열어 풀 숲으로 쓰레기를 버렸다.

그 순간 "오빠! 쓰레기를 버리면 어떡해. 여자들은 그런 거 싫어해요! 그러니까 여자 친구가 없죠."

후배 여자친구의 말에 나는 "뭐 어때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나는 자전과 공전이 존재하는 지구별에 살고 있으며, 10년 전 숲으로 던진 쓰레기가 나에게 돌아왔다.


"아! ㅆㅂ 여기다가 쓰레기를 쳐 버리냐. 바로 옆에 쓰레기통이 있는데 진짜 열받는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생인 나는 매일 편의점 주변의 쓰레기를 정리한다. 그리고 편의점 밖에 떨어진 쓰레기들 옆에는 항상 쓰레기통이 있다.

(심지어 내가 쓰레기를 쓸고, 줍고 하는데도 바로 옆에서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10년 전에 내가 어느 이름 모를 국도 옆 숲으로 던진 쓰레기가 나에게 돌아왔고, 내가 버린 쓰레기의 몇 십배를 매일 줍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게 다 지구별 때문이다.)


코칭에서 "코치는 고객의 거울이 되어 주어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고객의 생각, 행동, 실천, 알아차림, 느낌, 감정을 있는 그래로 돌려주어 고객이 거울 속에 있는 자신을 스스로 볼 수 있도록 돕는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지금 고객님의 이야기를 듣는데 불일치가 느껴져요."

"고객님의 알아차림이 ㅇㅇㅇ하게 느껴지는데 어떠세요?"

"고객님 내면에 무엇이 있길래 주저하게 만드는 걸까요?"

코치라는 거울을 통해 고객은 자신의 내면을 보게 되고, 진짜 자신과 만나면서 스스로 해답을 찾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나의 거울이었구나.


나는 길을 걷다가도 몰래 쓰레기를 버렸고, 운전하다가 창문을 내려 당당하게 쓰레기를 마구 버리던 사람이었다.

누군가 버린 쓰레기를 줍는 일을 하게 될 거라는 상상을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그래서 때로는 눈치 보며, 때로는 당당하게 쓰레기를 버렸던 것이다.


가면을 쓰고 흥부인척 했던 나의 진짜 얼굴은 놀부였다(인과응보, 권선징악).  편의점은 나의 거울이다.  내가 하는 행동, 표정, 말 등 모든 것은 결국 돌고 돌아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와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나의 선택과 행동은 언젠가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 관계의 상호작용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상대의 마음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자전과 공존이 존재하는 지구별에 사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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