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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드유코치 Jun 13. 2023

감정 쓰레기통의 비밀번호

일반 쓰레기는 일반 쓰레기통으로,

재활용 쓰레기는 각 재활용 쓰레기통으로 버리는 것은

규칙인가? 질서인가? 상식인가?


감정도 쓰레기통에 버리면 될까?


"감정의 불편함에서 벗어나는 방법 중 한 가지를 소개해드릴게요. 감정적 상황이 왔을 때, 그 순간의 감정에 대해 감정 단어를 활용하여 이름을 붙여주고, 이름 붙여준 감정을 불러주며 잠시 대화를 나누고 떠나보내세요."


감정 쓰레기통이 필요해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인 나의 업무는 물건을 확인하고 정리하는 일이다.  

그날도 변함없이(비가 많이 왔었다.) 물건 정리를 하던 중 거울로 카운터에 손님이 왔음을 확인했다.


두 손에 의자를 들고 있던 나는 카운터 옆에 의자를 내려놓았다.


손님: "아씨! 깜짝이야! 지금 그걸 그렇게 내려놓으면              어떡해, 불러도 대답도 안 하고, 아 정말!"

쏘아붙이듯 나에게 말했고,  

나는 "네? 죄송해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손님: "지금, 어... 불러도 대답 안 하고 의자를 말이지,            놀랐잖아"

소리를 높여 다시 쏘아붙이듯 나에게 반말을 했다.

나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고,

나는 "죄송해요. 죄송해요"를 퉁명스럽게 전달했다.

손님: "담배 하나 줘요" (갑자기 존댓말을 하더라)

 나: "네"


출입문에 달린 종소리는 들었지만 나를 부르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손님이 왔을 때, 바로 카운터로 향하지 않은 나의 잘못이 가장 클 것이다.

그렇다고 의자를 일부러 쿵 하고 내려놓지는 않았다.


"안녕히 가세요!"

손님이 돌아간 후 물건을 정리하면서 나의 감정을

바라보기로 했다.


그 순간 내 감정은 이랬던 것 같다.

'비참하다', '짜증 난다', '당황했다'


감정에게 이름도 붙여주었다.

'비참히',  '짜증이', '당황이'


감정에게 이름을 붙이고, 이름도 불러 주었지만,

나의 감정은 쉽게 쓰레기통으로 버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름 붙인 감정에 대해 이유와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아르바이트 생이라고 나를 무시해! 비참하고, 짜증 나'

'자기 기분 안 좋다고 나에게 쏘아붙여! 짜증 나'

'좋게 넘길 수 도 있지 나보다 나이도 많아 보이는데 이해도 못해주나. 내가 얼마나 당황했는데'


비참히, 짜증이, 당황이에게 각각의 이유와 의미를 붙이고 나니 감정은 쓰레기통이 아닌 내 가슴에 남아

나를 콕콕 찌르며, 감정 쓰레기통의 입구를 막아버렸다.


하지만 감정 쓰레기통의 닫힌 문이 열리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익숙한 거리의 신호등!

그 앞에 섰을  때, 이런 마음이 들었다.


 '그럴 수도 있지! 맞아 그럴 수도 있어!'


자물쇠로 잠겨 열리지 않을 것 같던 감정쓰레기통 입구는 익숙함과 편안함이 비밀번호가 되어 나의 비참히, 짜증이, 당황이를 쓰레기통 안으로 밀어 넣었다.


'맞아 그럴 수 있지'


내 감정 쓰레기통의 비밀번호

'맞아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어'


감정 쓰레기통을 사용하는 3가지 방법


1. 부정적 감정이 일어날 때는 잠시 멈춤 버튼을 누른다.

2. 부정적 감정과 나를 동일 시 하지 않는다.

3. 부정적 감정이 일어났음을 인지하고, 알아차린다.


그리고 그 감정들이 어디서 생겨나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객관적으로 보는 것, 내 감정의 객관화를 통해 감정은 쓰레기 통으로 버려질 것이다.


익숙한 사거리, 사거리의 하늘, 신호등, 나무들은 감정의 흐름을 바꿔 주었고,   

'비참히', '짜증이', '당황이'가 어디서 발생해서,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마음의 안정을 선물해 주었다.


내 감정 쓰레기 통은 잠시 멈춤 버튼과 익숙함으로 닫힌 문을 열고 감정의 분리수거를 충실히 수행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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