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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드유코치 Jun 06. 2023

예의 없음도 폐기 가능한가요?


예의를 국어사전에 검색하니,

[존경의 뜻을 표하기 위하여 예로써 나타내는 말투나 몸가짐]


없다를 국어사전에 검색하니,

[어떤 사실이나 현상이 현실로 존재하지 않는 상태이다.]



"저 사람은 왜 말을 저렇게 할까? 예의 없게 말이야"

“응? 누가? 지금? 그래? 난 잘 모르겠는데!”


예의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여기 사장님 조카분이 신가요?”

"아니요! 저는 일하는 사람인데요!"

“그래! 나 여기 동대표인데, 쓰레기 조용히 버려, 밤마다 시끄러워 죽겠어"

"네?"

“아파트에 쓰레기 버리는 거 아무 말도 안 할 테니, 알바들한테 조용히 버리게 하라고, 사장님께 전해"

"네, 오전에 좀 젊은 분이 일하시는데 사장님께 전해드리라고 할게요."


아르바이트하는 편의점에서 나의 앞 시간, 야간 근무하시는 분이 겪은 이야기이다.

일 년 하고도 서너 달 동안 서로 인사만 하고 교대했는데, 피곤함을 무릅쓰고 10분 넘게 나에게 전날 밤 사건에 관해 이야기해 주셨으며 기분 나쁘고 억울하다는 말을 남기고 퇴근하셨다.


사실 내가 들은 상황 설명과 대화의 내용은 더 원색적인 표현, 알코올 냄새가 있었는데 짧게 줄이고, 필터로 걸러내었다.


“조카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이라고 하니 말투와 태도가 바뀌는데, 솔직히 기분 나쁘더라고요.”

"아이고, 기분 나쁘셨겠어요! 잘 참으셨어요"


코치가 되지 않았다면 공감과 인정의 반응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반말! 가벼운 말! 툭 던지는 말! 왜 할까?


편의점 카운터의 안쪽과 바깥쪽의 차이가 이런 말들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


나라는 사람은 친절하거나 상냥한 사람이 절대 아니다 나는 무심함, 무반응, 무응답 삼 무(無)의 사람이다.


삼 무(無)의 사람인 나는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아이들 손님에게도 반말하지 말아야지!'

'어서 오세요, 안녕히 가세요, 만큼은 상냥한 말투로 해야지!'

'상품 질문과 제품 위치 문의만큼은 친절한 말과 행동으로 해야지!'


이런 다짐들이 매일 지켜지는 건 아니지만, 나의 말과 행동이 나라는 사람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부족한 걸 메우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사람이야! 귀한 사람이야! 네가 뭔데 X랄이야!

-드라마 멜로가 체질, 전여빈 배우 대사 중에서-


편의점 포스기를 기준으로 안과 밖을 나눈다면 나의 걸음으로 딱 두 걸음이다. 두 걸음 차이는 실로 엄청난듯하다.


포스기에서 두 걸음을 걸어 밖으로 나가면 삼 무(無)가 없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 나로,

안쪽으로 두 걸음 걸어 포스기 앞에 서면 삼 무(無)가 문제로 인식되는 나로 바뀐다.


아르바이트 시간 동안 오전 10시, 오후 2시 두 번 제품을 폐기한다. 샌드위치, 햄버거, 도시락, 김밥, 삼각김밥, 유제품 등등


오전 10시, 오후 2시!

나의 예의 없음과 내가 받은 예의 없음도 함께 폐기하고 싶다.


'고객님 앞에 있는 근무자는 누군가의 가족입니다.'라는 CM 멘트가 하루 한 번 편의점 스피커를 통해 나온다.


누군가의 가족이지만 내 가족은 아닌 아이러니하면서도 미스터리한 사실!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편의점 방문 고객 99%는 근무하는 나보다 더 친절하고, 더 상냥한 분들이다.

그래서 매일 반성하고 다짐하지만, 나의 삼 무(無)는 잘 고쳐지지 않는다.


예의 없을 폐기하고 싶은 만큼 나의 삼 무(無)도 폐기해버리고 싶다.

진심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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