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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드유코치 Jun 06. 2023

나는 편의점으로 출근한다.


아빠 육아를 시작하고 2년째가 되었던 날.  

다시 출근을 시작했다.


출근하는 모습의 특별함은 없지만, 나에게 있어서 편의점은 노동의 에너지를 쏟는 특별한 장소다.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특별한 나만의 장소, 편의점!


매일 아침 6시 50분, 편의점 뒷문을 열고 들어가 유니폼을 입고 야간 근무자와 업무 교대를 한다.

출근길에 들러 요깃거리를 구매하는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으면 냉장고에 들어갈 김밥, 도시락, 햄버거, 샌드위치 등이 입고된다.

나는 "맛있겠다"라고 생각하면서 물건들을 정리한다.


약 79m²의 공간에서 매일 7시간씩, 주 35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의 모습.

"무슨 일 하세요?"라는 질문에 "저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해요"라고 서슴없이 대답하는 나!


아빠 육아의 시간은 마치 나를 지워가는 지우개처럼 느껴졌다.  지워진 나를 다시 쓰고, 원하는 모습으로 삶을 그려나가고 싶은 욕망을 밖으로 뿜어내고 싶었다.

다시 출근을 시작한 날, 가슴이 벅차올랐던 기분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간절했던 욕망을 뿜어냈던 나의 두 번째 첫 출근날!


매일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고립감 가득했던 아빠육아를 떨쳐버리고 싶은 듯 가끔 손님과 수다 떨 수 있는 시간이 기쁨으로 느껴진다.  그렇지만, 가장 즐거운 시간은 따로 있다.


매월 10일!


퇴사 후 월급을 그리워했던 2년의 시간들, 이제는 매달 10일 월급을 받는다. 월급을 받음으로 인해 나의 자존감은 급격히 상승하게 되었다.


편의점 손님을 맞이하는 나의 말과 행동, 태도를 통해 다양한 모습의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나는 손님이 오지 않는 한가한 시간을 강제적인 독서 시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독서는 나에게 새로운 생각을 알게 하는 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새로운 생각을 버리기 싫어서 짧게 메모를 남긴다. 이 과정을 통해 나의 두 번째 삶을 그려가고 있다.


퇴사 후 다시 출근을 시작한 남자, 남편, 아빠, 전문 코치로서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살고 있는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과거의 아픔을 조금씩 분리해 내고, '미안해 하지만 사랑해'라고 말할 수 있는 남편이 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대물림되어 온 상처, 분노, 우울, 아픔, 좌절 등을 끊어내고 새로운 자기애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은 남편 그리고 한 아이의 아빠이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코칭 대화를 통해 삶의 변화와 성장을 전달하고 싶은 전문 코치의 모습이 동시에 존재하는 지금을 기억하고 싶다.  "나는 글재주 없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말해왔지만 그런 것은 이제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의 삶을 기억하고 간직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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