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찬 바람이 부는 3월 어느 날!
하원 후 가끔 들르는 다른 동네 놀이터에 갔다.
아직 아이들이 많이 나올 시기는 아닌 듯 놀이터는 텅 빈 우리만의 공간 같았다.
우린 달리기 시합을 하며 놀고 있었는데 마침 남자 형제와 아빠가 놀이터로 걸어오는 게 아닌가!
나와 아이는 서로 약속이나 한 듯 달리기를 멈추고 걸어오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누구 먼저랄 것도 없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남자아이 셋은 함께 놀기 시작했고, 적막했던 놀이터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몇 발짝 뒤로 물러선 내가 보기에도 그들은 너무 즐거워 보였고, 난 속으로 '30~40분의 여유가 생기겠군!' 즐거운 상상을 했다.
그런데 한 10분 정도 흘렀을까?
"얘들아 우리 지금 집에 가야 해! 지금 집에 안 가면 넷O릭O 못 본다. 그리고 너희 공부도 해야 해"
신이시여! 이런 날벼락이 어디 있습니까?
저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ㅠㅠㅠ
형제는 잠시 투덜대더니 "우리 내일 또 만나자"라는 공허한 약속 멘트를 날린 후, 빠르게 놀이터를 떠났고,
아이는 놀이터 입구까지 따라가 그들을 향해 "잘 가! 내일 또 만나자"라고 목이 터져라 외쳤다.
그들이 떠나 다시 적막해진 놀이터에서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아빠! 난 친구랑 놀고 싶은데" 엉엉엉엉엉
"우리 하민이 속상하고, 서운하니?"
"응! 나 속상해, 친구랑 더 놀고 싶은데..."
"속상하구나! 속상해!"
아빠 품에 안긴 아이는 연실 눈물을 닦는다.
아이들은 만 4세 정도 되면 적극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해지고, 또래 친구들과 노는 재미를 알아간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의 사회성은 주 양육자와의 충분한 상호작용을 토대로 형성된다.
또한 주 양육자와의 놀이, 독서, 대화 등을 통해 아이는 일상 속에서 지켜야 할 규칙이나 친구들과의 규칙을 학습한다. 학습한 규칙을 행동에 옮기는 경험은 또래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 가능하다.
물론 어린이집에서도 그 경험을 하지만 경험은 다양할수록 좋다고 하니까...
아빠육아 선언문:
'외로움은 참고, 고립감은 이겨내자'
'육아 동지, 또래 친구' 이런 단어가 낯설다.
우리 아이는 자주 만나서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놀 수 있는 또래 친구가 아직은 없다.
어린이집 하원 시간 혹은 놀이터, 키즈카페에서 삼삼오오 모여있는 엄마들 속에 나는 없다.
난 늘 몇 발짝 뒤 구석에 서서 아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난 늘 비교한다.
'저 아이는 이걸 하내, 저 아이는 적극적인데 우리 아이는 왜 이러지, 우리 아이도 학습과 공부시켜야겠다 뒤처지면 안 되지...' 이런 비교가 아닌
'저 엄마들은 친한가 보다, 엄마들이 친하니 아이들도 서로 친하게 지내나 보다, 다 함께 즐겁게 노네...'
아빠 육아라서, 내성적인 아빠라서 우리 아이에게 또래 친구도 만들어 주지 못하는 아빠라서...
아이의 나이가 한 살, 한 살 늘어가면서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필요한 만큼 아빠의 비교는 더 심해지는 것 같다.
내가 다른 엄마들과 나를 비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자아 평가의 한 형태일 수 있다.
다른 엄마들이 서로 친하게 지내고 있거나, 그들의 아이들이 또래와 함께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면, '나는 왜 그렇게 할 수 없는 걸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빠로서의 불안과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내가 아빠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비교는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비교는 내 자아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다른 사람과 비교함으로써 자신을 평가절하하게 되고 결국 자존감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교는 내가 잘하고 있는 것에 대한 인식을 흔들어 내 자아를 갈기갈기 훼손시킨다. 또한, 아이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내가 불안하고 자신감이 없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도 그 영향을 받아 자신에게 자신감을 갖지 못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비교를 줄이고 극복할 수 있을까?
우선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나의 강점과 장점을 인정하기로 했다. 또한,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를 피하고, 내 아이와의 관계에 더욱 집중해 보기로 했다. 다른 엄마들과 비교하지 말고, 내가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육아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가치를 외부 혹은 타인의 평가에 의지하지 않고 내적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비교를 내려놓는 과정이 비록 어렵고 외롭더라도 아빠육아의 모든 순간은 소중하다.
질문 1. 나는 왜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가?
질문 2. 이 비교는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질문 3. 나는 어떻게 하면 이 비교를 줄이거나 극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