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관대해지는 연습

욕구로 살아가는 법

by 꿈의복지사

욕구인가, 욕심인가 ― 나에게 관대해지는 연습

“나는 지금 욕구를 따르고 있는가, 욕심에 끌려가고 있는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것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였다.

그전에는 살아남는 것이 먼저였고,

무엇이든 붙잡아야 했고,

그저 허우적거리며 견디고 있었으니까.

1997년 IMF.

온 나라가 흔들리던 그 시기,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신용협동조합의 금융업 부도로 가족의 생계는 위기를 맞았다.

밥상은 조용해졌고, 아버지의 어깨는 무거워졌고, 어머니의 한숨은 깊어졌다.

그 시절의 나는 군 제대를 마치고 이제 막 세상과 다시 만나는 시점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내게 ‘무엇을 할 수 있겠냐’고 묻기 전에

‘이제는 무엇도 할 수 없다’는 대답부터 들려주는 듯했다.

나는 늘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어느새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있었고,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난 안 돼”라는 단정으로 굳어졌다.

하고 싶은 일이 있었지만 감히 손을 뻗을 수 없었다.

“나는 그럴 자격이 없어.”

“우리 집 형편에 내가 그걸 꿈꿔도 될까?”

그때의 나는 욕구와 욕심을 구분하지 못했다.

이루지 못한 삶에 대한 열망,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

결국 그 모든 감정은 ‘욕구를 가장한 욕심’이었다는 걸

지금에서야 알게 된다.

하지만 나는 이제 다르게 생각한다.

욕구는 나에게 관대해지는 일이다.

나는 더 이상 욕구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쉰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지만,

나는 꿈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욕구가 없는 사람도 아니다.

혼자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이제야 이십 대에 하지 못한 일들을 하나하나 해보고 있다.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늦은 시간까지 산책하며 음악을 듣는 것.

가보고 싶던 곳을 찾아가는 일도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도

더는 철없다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내가 나의 욕구, 나의 꿈, 나의 삶에 다가가는 일이다.

어떤 자리에서든, 어떤 시기든 상관없다.

이제는 하고 싶은 걸 한다.

그것이 욕심이 아니라,

오랫동안 눌려 있던 나의 ‘진짜 소리’였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과거에 내가 욕구와 꿈에 다가가지 못했던 건

나약해서가 아니었다.

그건 아픔을 가진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내가 무언가를 쫓는다는 것이 그들에게 상처가 될까,

나 혼자만 나아가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관대해질 수 없었다.

항상 조급했고, 늘 미안했고, 자꾸만 자신을 억눌렀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 조급함이 결국 나에게 가장 불필요한 삶이었다는 것을.

누구보다 나에게 너그러워야 한다는 것을.

욕구는 나를 향한 작은 응원이다.

삶은 그 응원에 응답하며 천천히 나아가는 여정이다.

나는 이제, 욕심이 아니라

욕구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조금은 관대해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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