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대 청춘 성공이 아닌, 오직 생존을 위한 투쟁

by 꿈의복지사

나의 20대 청춘은 성공이 아닌, 오직 생존을 위한 투쟁이었다.

간절한 사람은 성공을 바라지 않는다. 살아남는 것, 그것만이 목표가 된다.

IMF라는 거대한 파도를 넘기 위해 ‘성공’이라는 단어는 내게 너무도 먼 나라의 이야기였다.

군 복무 제대를 앞둔 마지막 휴가. 복학을 준비하며 집에 돌아온 나는 충격적인 현실과 마주했다. 우리 집은 이미 채권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전쟁터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신용협동조합 명예직 이사장에 불과했던 아버지는 월급도 없는 자리에서 책임만 떠안은 채 부도의 소용돌이에 내몰렸다. 채무자들은 종적을 감추었고, 남은 짐은 고스란히 아버지 몫이 되었다. IMF라는 현실은 그 어떤 핑계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한 아버지는 집 밖으로 내몰렸고, 어머니 역시 몸을 피해 있어야겠다고 판단하셨다. 결국 우리는 야반도주를 결심했다.

TV 드라마에서나 보던 일이 내게는 냉혹한 현실이 되었다.

떠나기 전날 밤, 술기운에 횡설수설하던 나를 바라보며 소리 없이 눈물 흘리던 어머니의 얼굴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새벽녘, 외삼촌 봉고차에 조심스레 짐을 싣고 이모가 사는 영동으로 향했다. 차 안 공기는 가을로 접어드는 날씨와 달리, 한겨울처럼 얼어붙어 있었다.

잠시 이모 집에 머물다 부대로 복귀했지만,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했다.

복학을 해야 하나, 아니면 군 장기복무를 신청해 가족의 생존을 돕는 길을 택해야 하나.

다른 생각은 들어설 틈조차 없었다. 그러나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눈앞의 생존만 좇다 후회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결국 나는 학교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복학 후의 생활은 말 그대로 투쟁이었다. 나의 하루는 새벽 도서관에서 시작했다.

군 복무로 흐트러진 생활을 다잡기 위해, 나는 딱딱하고 불편한 나무 의자에 앉아 버티는 훈련부터 시작했다.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으면 엎드려서라도 자리를 지켰다.

수업 시간만 빼고는 도서관에 붙어 앉아 있었고, 학교 문이 닫히는 밤까지 그곳을 지켰다.

그리고 주말이면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예식장 한식당에서 새벽 6시에 시작해 저녁 7시까지 이어지는 중노동. 그 시간 동안 흘러내리는 땀방울은 잡념을 잊게 하는 마약 같았다.

몸은 고단했지만, 그렇게라도 버텨야 했다.

그렇게 버티고, 견디며, 나의 20대 청춘은 지나갔다.

‘살아남았다.’는 말보다 그냥 지나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어디를 둘러볼 여유도 없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성공의 자리에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걸어갈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결국 나의 20대는 청춘이라 부를 수 없었다.

그것은 성공도, 부도도 아닌, 끝내 살아남고자 했던 치열한 투쟁의 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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