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돌아보면, 그 시절은 잊고 싶지 않은 시간이자
지금의 나를 만들었던 모든 순간의 집합이었다.
쉰을 바라보는 지금, 나는 종종 그때의 나를 떠올린다.
젊음이라는 이름 아래 어리숙했고, 무모했고, 때로는 두려웠던 시간.
하지만 그 모든 치열함이 오늘의 나를 버티게 한 기둥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된다.
세상은 늘 빠르게 변했고,
우리는 그 변화에 끌려가듯 청춘을 지나왔다.
주머니는 늘 가벼웠다.
하지만 마음속 어디엔가
“나는 잘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무겁게 자리 잡고 있었다.
강의실 뒤편에서 커피 한 잔에 기대며
현실과 꿈 사이를 오가던 날들.
누구는 취업 이력서를 들 쫓아다녔고,
누구는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 앞에서
지레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모든 선택이 내 인생을 결정짓는 순간처럼 느껴졌던 시절,
눈앞의 불안이 우리를 조급하게 만들었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았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청춘의 특권임을 모르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그 혼란의 시대 속에서
아들이라는 책임은 언제나 마음 깊은 곳에 눌러앉아 있었다.
말이 없던 아버지의 눈빛,
낮에는 무게를 짊어지고
밤이면 조용히 담배 한 개비로 한숨을 털어내던 뒷모습.
그리고 매일 새벽,
형광등 아래 성경필사와 함께
자식의 하루를 기도로 감싸던 어머니의 따뜻한 숨결.
그 숨결은
세상이 흔들릴 때 손잡을 수 있는
보이지 않는 밧줄이었다.
나는 그 마음을
너무 늦게 이해했다.
어린 나는 철없이
아버지의 무심함을 무관심으로 오해했고,
어머니의 염려를 부담스러운 간섭쯤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말보다 더 큰 사랑이었다는 것을.
행동만으로도 사랑을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그분들이었다는 것을.
시대는 우리를 흔들었다.
때론 뿌리째 뽑히는 아픔을 시험대처럼 안겨주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그 모든 시간을 통과해
나는 이렇게 또 한 시대의 문턱에서
뒤돌아보고 있다.
후회와 자부심이 뒤엉킨 청춘의 흔적.
지우고 싶은 날도 있었고
도망치고 싶은 밤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안다.
그 흔적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을.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왜냐하면
그 모든 눈물과 웃음이
내 안에서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잊지 않고 싶은 시대.
비틀거리며 걷던 그 길이
내가 다시 흔들릴 때
쳇바퀴 속에서 길을 잃을 때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해 줄 것이다.
“그때도 잘 버텼잖아.
그러니까 지금도 괜찮을 거야.”
그리고 조용히 속삭인다.
“그 시절, 참 열심히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