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의 나야,
조용히 귀 기울이고 있니?
네가 떠나온 시간들은
이제 내 안에서 기억의 결대로 자리 잡아
가끔은 그리움으로,
가끔은 아릿한 심장 소리로 살아난단다.
그때의 너는 늘 불안했지.
이 길이 맞는 건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대답 없는 질문을 가슴에 품고
계단을 오르듯 하루를 버텨냈지.
그 시절의 나는 무엇을 두려워했을까.
가난이,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아무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을 것 같은 외로움이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그렇다면
무엇을 그토록 바랐을까.
꿈이 있었지만
감히 꺼내기 어려웠던,
가슴 깊은 곳에서만 조용히 타오르던 희망.
누군가의 인정,
그리고 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너는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그 시절의 나는 왜 그렇게 버티며 걸었을까.
“해야 하니까.”
그 짧은 한 문장이 너를 움직이고 있었다.
책임이라는 이름의 짐이 무겁게 어깨에 짓누르고 있었고
누구도 대신 짊어주지 않는다는 걸
너는 너무 일찍 알아버렸다.
그런데 말이다.
지금의 나는 안다.
그 무거움이
결국 너를 더 멀리 데려다 준다는 사실을.
그때 넌 잘 몰랐겠지만,
말없이 등을 떠밀어주던 사람들이 있었지.
새벽 시장길로 나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조용히 문틈 사이에서 바라보던 할머니와 어머니,
힘들어도 잘하고 있다며
딴청 섞인 농담으로 어깨를 두드려주던 친구들.
말 한마디 없어도
그들의 마음이
너의 몸을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는 걸
지금은 내가 알고 있다.
그러니,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를 향해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응. 정말 잘했어.
불안해서 흔들린 날도,
지쳐 멈춰 선 날도,
그 모든 날이 너를 단단하게 만들고 있었으니까.”
다시 돌아가도
너는 그 길을 선택할 거야.
그게 너니까.
그 치열했던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으니까.
응답하라, 그 시절의 나에게.
그리고 볼을 맞대듯 조용히 말해본다.
응답하라,
지금 이 순간의 나에게.
우리는 여전히
살아가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