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딘다는 것, 살아낸다는 것”

by 꿈의복지사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다들 잘 사는데

유독 나만 어렵고 힘들다고 느껴지는 때가 있다.

왜 그럴까.


세기말 20대 젊은 나이에 온몸으로 받아내기 버거운 IMF를 나는 살아왔다.

세상의 공기마저 얼어붙어 있던 세상...

언론에서는 증권사, 금융권이 도산하는 뉴스들로 지면을 도배하고 있었다.

가정이 붕괴되는 일도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목격했다.


상상이나 했을까. 설마설마했다.

사실 군 복무 중이었던 나는 언론에서 나오는 기사들이 나의 얘기가 될 것이라는

상상해 보지 못했다. 그런데 나에게 닥쳐왔다.


금융업을 하고 있던 집은 말 그대로 풍비박산,

드라마에서만 나오는 얘기로만 생각했던

빚쟁이들이 찾아와 진을 치고 있는 상황

돈을 줄 때까지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겠다는 얼음장

심지어는 겨울밤 차가운 방 빚쟁이들과 불편한 동침

받아내야 할 사람들은 종적을 감춘 불편한 상황...

오롯이 감당하고 계셨던 부모님


아버지는 가장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앓고 있던 심장병이 악화되어

더 이상은 현실의 벽을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특히 어머니는 산산조각 나 깨진 유리보다 못한 삶을 꿋꿋하게 이겨나가고 계셨다.


하루하루 생계까지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자 가장 역할을 대신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셨다.

집안 살림만 하시던 어머니가 할 수 있었던 것이 무엇이 있었을까.

어머니는 자그마한 가위 하나에 온 집안 생계를 걸었다.

환갑을 바라보던 어머니는 겨울 난방도 되지 않는 콘크리트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하루 15시간 가까이 건조된 고추꼬투리 가공 작업으로 생계를 책임지고 계셨다.

한파로 온 세상이 얼어붙은 차디찬 겨울보다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마음마저 얼어붙은 상황이 더 차갑게 느껴지셨을 것 같다.

그렇게 버틴 하루가 한 달이 되고 해가 넘어가고 이십여 년이 지나 팔순의 노모가 되시고,

아버지는 먼 길을 떠나고 계시지 않는다.


버티는 것도 능력이라 했던가.

나는 그것을 “하루하루 후회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부모님의 꿋꿋함이 나의 이십 대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세월의 무게만큼 성장하고 쌓여 재산이 되었다.

몸으로 실천해 주신 부모님의 삶 가슴 깊이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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