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것의 기록

나의 글은 아직 익지 않은, 날것이다.

by 꿈의복지사

나의 글은 아직 익지 않은, 날것이다.


내가 가진 언어로는 내 생각을 온전히 담아내기에 부족하다.

내 안의 생각을 감당하기엔 언어의 그릇이 작다.


수없이 많은 글을 읽고,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쓰는 연습을 해왔지만,

내가 흡수한 언어는 결국 한계가 있음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날것 그대로 거침없이 쓰기 시작한 건,

나 자신을 감당해 보기 위해서였다.


오랜 시간 마음속에 쌓인 생각들이

글로 화수분처럼 쏟아지진 않는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그려두었던 생각과 감정을

여과 없이 꺼내어 놓는 것이다.

그래서 내 글은 섬세함보다는 거친 날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것을 표현하려는 이유는

시간이 지나 흐려질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이며,

오랫동안 묻어두었던 생각을 드러내고 싶어서다.


마음 깊이 간직했던 것을 꺼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늘 수첩을 들고 다닌다.

그 수첩에는 나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낙서처럼 어지러운 흔적의 기록들이 남아 있다.

기록은 시간이 흐른 뒤

그때의 나를 확인하게 해 준다.

과거의 나를 가장 정확히 마주할 수 있는 수단은

결국 글이라고 믿는다.

글과 기록을 통해 나를 녹여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렇기에 글쓰기는 고독을 수반한다.

세상의 소음이 끼어드는 순간,

진짜 글은 태어나지 않는다.

고독 속에서, 담담히 나를 끌어내어 기록하려 한다.


하지만 내가 쓰는 글은 아직 완성된 글이 아니다.

어쩌면 그저 미완의 소음일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오히려 손을 멈출 수가 없다.

그 소음을 지나

진짜 나에게 닿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늦은 밤, 고요함을 고독의 친구로 삼아

글을 익혀본다.

이것이 나의, 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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