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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여사 Mar 21. 2024

영어! 저도 어렵습니다.

  외국기업을 20년 이상 다닌 사람으로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어머, 와, 영어 잘하시나 봐요” 아님, “ 영어 잘하시겠어요 부러워요”이다. 사실 외국 기업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잘 모르는 영어와 연관을 지어서 말하는 것을 당연히 이해할 수는 있으나 현실은 그러지 못한 것이 문제이겠다. 또한 해외 출장을 많이 다니다 보니 “매번 좋은 곳 다녀오시고 너무 부러워요”라고 하는 말도 많이 들었다. 그럴 때마다 어깨가 으쓱 올라가면서 기분 좋은 것이 아니라, “사실 그렇지 않은데….… 엄청 피곤하게 살고 있는데…..”라고 설명을 하고는 싶었으나 그 또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서 보통은 입 다물고 가만히 있는 편이었다. 


   실상은 이렇다. 

외국 기업이 한국 시장에서 장사를 잘하기 위해서 영어 잘되는 사람만 뽑으면 미안한 말이지만 회사가 꼭 잘 굴러갈 것이라고 장담을 할 수는 없다. 내 경험상으로는 일도 잘하면서 영어까지 융통한 인재는 , 일단 많지도 않을뿐더러, 내가 다녔던 회사들에는 쉽게 오지 않았기 때문에 ( 회사도 브랜딩이 필요한 이유, 좋은 인재를 뽑을 려면 일하기 좋은 회사 (Great workplace to work)로 입소문도 나고 공식적으로도 인정을 받아야 한다.) 정말 네트워크를 통해서 소개받은 사람을 삼고초려를 해서 뽑아 오거나 아니면 영어는 적당한 선에서 포기하고  한국시장에서 경험과 경력을 가지고 있는 인재를 뽑았다. 초반에는 고생하겠지만 일하면서 언어가 느는 것은 인지상정이며, 나 또한 외국 기업 근무경험을 통해서 언어능력을 키워왔다. 대학교 때 어학당을 몇 달 다닌 것, 토익점수 몇 점 뽑은 이후 영어책을 본 적이 없기에 이건 정말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 업무상 쓰는 영어는 비즈니스 영어에 많이 국한이 되며, 하루종일 영어를 쓰는 것이 아니기에 실력이 향상됨에 있어 한계는 분명히 있다. 그래서, 나 또한 영어 때문에 아주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업무상 필요한 발표, 이메일, 미팅, 통화 등등은 뭐 크게 지장은 없지만, 갑자기 동료가 친한 척하면서 개인 이야기를 하거나 보스가 내 개인사에 대해서 물어보기 시작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너무 어색하고, 해외 출장 가서 하는 파티(특히 스탠딩 파티)에 참여를 하면 으레 그날의 스트레스 수치는 몇 배에 달하게 되는 것이 그들이 하는 이야기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도 공감할 수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일단 스탠딩 파티가 나랑은 안 맞는다. 뭐, 오버리액션도 해 보고, 아는 첫, 맞는 척해 볼 수는 있지만 이 나이 들어 굳이 해야 하나 싶어서 보통 1시간 정도 머물다가 시차 때문에 피곤하다고 빨리 사라지는 편이다. 주변에 외국 기업 근무하시는 분들께 들어보니 나랑 상황은 다들 비숫한 것 같았다. 단순히 영어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최근에 미국에 살게 되면서 조금씩 이 부분이 이해가 되는 것이, 아마도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다들 남의 나라 언어를 배우고자 하면, 어학연수나 유학을 가서 직접 부딪치면서 접해야 하고, 또한 생활의 언어를 배우고 싶을 때는 영화나 드라마, 음악등을 많이 접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 것이 다 이유가 있어서였을 것이다. 최근에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미국 역사책 (내 수준이 중등 수준이라고 해서 그에 눈을 맞추어 골랐다)을 접하게 되어 열심히 보는 중인데, 조금씩 이 나라가 어떻게 세워진 나라이며 어떠한 마음으로 사람들이 살아가게 되는 것인지 조금씩 이해해 가기 시작하면서 내가 일하면서 그리고 어마어마 큰 나라를 여행하면서 조금은 영어라는 언어를 쓰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해하기 시작한 것 같다. 결국은 언어라는 것은 생활에 부딪치면서 배우는 것이 정답인 것 같다. 적어도 나한테 그렇다는 뜻이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native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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