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의료비가 비싼 것은 경험해 보지 않은 분들도 들어서 얼 추 아실 듯 하다. 느낌적으로도 아시겠지만 의료비 뿐만 아니라 덩달아 보험까지 비싸다. 보험이 없으면, 맹장수술이 천 만원 이상 한다 카더라 보험이 있었음에도 이빨 3개 임플란트 하는데 3천 이상이 나왔다더라 등등의 뉴스나 에피소드들을 한국 있을 때 많이 들어 보았기에, 병원 갈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가게 되더라도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은 했다.
그래서 딸, 아들 둘 다 발바닥 언저리 부분에 사마귀가 있는 것이 걸을 때 조금씩 부담이 된다는 말을 하길래, 한국 피부과의 피부질환 치료 정도 생각을 하고 피부과 예약을 했다. 문제는 피부 관리 (예를 들어 주름 제거, 미백, 기미 제거 같은 치료 들) 측면의 치료 들은 신규환자도 많이 받는데 일반 피부 질환을 치료해 주는 곳도 별로 없어서 여러군데 전화 뺑뺑이 중에 한 군데가 예약이 되었다.
원래도 발생 이유가 궁금하긴 했었는데, 의사 말이, 사마귀는 바이러스 감염이란다. 팬데믹 이후 바이러스라고 하면 좀 놀라는 경향이 있어 눈이 땡그래지니, 피부에 작은 상처가 있었을 것이고 바이러스가 그곳으로 침투해서 성장한 것이란다. 어린아이들에게 생긴 사마귀는 성인이 되면 자연스럽게 치유가 된다고 하는데 걸을때 신경이 쓰이고 가끔씩은 아프기도 하다니 제거 하자고 해서 당연히 그러자고 동의를 했다. 이걸 없애기 위해서 병원을 갔으니 당연한 것인데, 제거할 것인지 아닌지 자꾸 물어보았다. 이때 느낌으로 알았어야 했는데……
사마귀 부위를 둘러보더니 드라이아이싱을 통해서 병변에 해당되는 사마귀 주변 피부들을 냉동을 시키고 이후 약해진 피부를 긁어낼 것이라고 했다. 얼추 복잡해 보이나 1~2분 안에 치료가 끝났고, 첫날은 뭐 나아지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도 파악하기 힘들었고, 아이들은 당일 저녁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2주 후 또 오라고 하길래 가서 똑같은 치료를 했고 아이들은 또 아프다고 난리였다. 또 2주 후에 오라고 해서 그러마 하고 돌아왔다. 어려운 의학 및 질병 용어를 나열하시는 의사 분과 대화를 해서 아이들을 치료할 수 있었다는 자부심에 아주 기쁘게 집으로 돌아왔었다. 그리고, 분명히 치료할 때 보험 지원 되는 것인지 확인을 했는데, 본인들도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보험회사에 청구서를 넣어 보면 알 것 같은데, 오늘 치료한 것들은 기본 치료니 될 것이다 라고 해서 그렇겠지? 라고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왠걸, 핸드폰 문자로 다음번 방문 전에 pay due된 것 내라고 메시지가 왔다. 잘못 본 지 알고 한 5분은 쳐다보고 있었던 것 같다. 한 사람 당 250달러가 due로 되어 있었다. 2명이 2번, 총 4번 갔으니 총 대략 1,000달러였다. 도저히 이해가 안 가서, 병원이 물어보니 자기 네들은 디테일을 모르니 보험사로 연락하라고 했다. 뭐, 그래서 또 30분 이상의 대기를 극복하고, 보험사랑 통화 했는데, 가장 전형적인 치료 방법이고 이건 병이기에 치료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의 진단은 무료이고 드라이아이싱도 무료인데, 긁어내는 것은 추가로 하는 작업이기에, 보험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아님 그럼, 드라이아이싱만 해서 뭘 어쩌겠다는 건지.
뭐, 이 이후로는 대략 느낌 오실꺼다. 손발이 후달달해 져서 병원을 가기가 쉽지 않아졌다. 이 이야기에 충격을 받은 신랑이, 유투브에 막 검색을 하더니, 아마존에 셀프 제거 툴 들을 사버렸다. 의사가 두 번이나 치료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나아지고 있지 않는데, 설마 이게 되겠어라고 생각했는데, 치료를 거듭할 수록 아이들의 사마귀는 소리 소문 없이 슬슬 사라져갔다.
그래서 알게 되었다. 약국에서 타이레놀 하나 사는데도 왜 이리 선택의 폭이 넓은 지를. 도대체 뭐 이리도 영양제들이 많은 지를. 각종 e commerce 사이트에, 사마귀를 비롯한 수많은 질병 셀프 치료제들이 많은 지를.
그리고 알고는 있었지만 마음 속 깊이 깨닫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의료 서비스가 얼마나 우수한지 그리고, 건강보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였는지를. 오늘 하루 잠깐 애국심 뿜뿜해 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