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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여사 May 14. 2024

샌디에고 강아지 크림씨!

  우리 집에는 말티푸 (말티즈와 푸들 믹스견 2세) 2살 짜리 아들이 있다. 비싼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유학 온 강아지로, 내가 보기엔 한국어 및 영어에 능통한 것 같다. 손, 발, 엎드려, 앉아, 뛰어, 간식, 산책, 놀자, 밥, 물 등 많은 단어들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고 (참고로 강아지는 3000개의 단어 습득이 가능하다고 한다.그에 비하면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만……) 최근 미국 살면서 미국 강아지들과의 교류는 물론, 우리가 여행 시 어쩔 수 없이 남의 집과 손 또는 케어 센터에 맡기게 될 때 살아남기 위해 영어 언어를 습득했을 것이라 추정을 한다. 그러지 않고서야 외국인들이 다가와 영어로 쑬라 쑬라 하는 것에 너무 좋아서 저리 캥커루처럼 뛰면서 반응할 리가 없다. 아시겠지만, 내 개가 제일 예쁘고 똑똑하다. 


  미국 전반이 그렇겠지만, 여기 샌디에고는 강아지(개 포함)들의 천국이다. 바닷가에 사람들이 몰려있는 비치들도 많지만 그 사이사이 Dog beach라고 강아지들이 목줄 없이 뛰어 놀 수 있는 곳이 많다. 거기 가보면, 정말 개 천지이다. 바닷물 쪽으로 뛰어들거나, 비치를 하염 없이 달리는 아이들도 있고, 다른 그룹과 뭉쳐서 신나서 ‘나 잡아봐라’ 하면서 빙글빙글 도는 애들도 있고 정말 가지 각색이다. 우리 크림이도 예외 없이 도그비치를 가면 정말 아이들이 친구들 만나서 놀이터에서 정신없이 혼 빠지게 신나게 놀 듯이, 한없이 뛰어 다니고 쫓아다니고 난리다. ‘무슨 강아지한테 비치야?’ 라고 할 수도 있지만 미국인들의 애완동물 사랑의 표현 방법으로 보자면 도그 비치 정도는 뭐 약과이다. 

  키우기 전에는 몰랐지만 키워 보니 정말 애완동물, 특히 어린 강아지일수록 손이 많이 간다. 하루에 적어도 3번 이상은 산책을 시켜줘야 심리적으로도 그렇고 건강을 고려해서도 좋다. 그런데 이 3번이 아침 일찍, 오후, 저녁 이후 이런 식으로 강아지의 배변 시간과 맞추어 주어야 집에서 실수를 하지 않는다. 정말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든데, 강아지 배변 시간 때문에 일어난다니, 학교 다닐 때 나를 깨우다 지치셨던 친정 엄마의 입장에서 보면 이 상황은 어이없는 일일 것이다. 우리 집 크림 씨는 정말 어쩔 수 없을 때는 실수를 하지만 정말 점점 성인견이 되어 가면서 집안에서의 배변은 본인도 너무 싫어 하다 보니, 밖으로 데리고 나갈 수 밖에 없고 나가는 순간이 되면 행복해서 어쩔 줄 몰라한다. 육아의 일환으로 사람 꼬맹이 친구들을 산책 또는 놀이터 데리고 가서 노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보면 된다. 손이 많이 감에도 불구하고, 여기는 한 집 걸러 집집마다 애완동물들이 있다. 그러다 보니 pet 산업도 커서 pet 관련 여러 비즈니스와 서비스들도, 한국에 없는 것들도, 존재한다. 또한, 당신들의 개가 이쁜 만큼 넘의 개도 이쁘다 보니 길을 지나다 강아지들을 만나면 인사하고, 만져주고 안아주고, 그런다. 일전에는 딸 때문에 샌디에고에 몇 달 와 있는 동네 60대 아줌마를 만났는데, 플로리다 집에 두고 온 강아지가 우리 크림씨랑 너무 닮아서 눈물이 난다면서 정말 눈물 흘리시는 분도 있었다. 게다가, 우리 크림씨는 우리 집 앞 옆을 누가 지나가면, 밥 값 좀 하느라 좀 짖어 대어 이웃들에게 피해가 될까 걱정을 좀 했었는데, 뭐 이 정도 Barking 정도는 다들 그려려니 하는 분위기이다. 


  공항을 가면 놀랄 일들도 또 있다. 원체 다양성을 존중해 주기 위해 애쓰는 사회라서 그런지, 시각 장애가 있는 분들을 위한 안내견들 뿐만 아니라 감정적으로 불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강아지들을 통해 comfort를 느낀다면 공식 service dog으로 신청해서 미국 전역 어디에든 데리고 다닐 수 있다. Service Dog은 공항 내 추가 승인 절차 없이 항공사가 오케이하면 기내까지 그냥 들어간다. 공항에는 크고 작은 강아지 및 개들이 많다 보니 그들을 위한, 우리 나라 공항 내 흡연실 정도 사이즈에 녹색 인조잔디가 깔린 것이긴 해도, 간이 화장실도 있다. 국립 공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크림씨가 갈 수 없는 몇몇 국립 공원들도 있었는데, Service Dog은 못 가는 곳이 없다. 서비스독 역할을 하는 아이들은 정말 그들에게는 가장 좋은 친구이자 가족 같은 존재이며, 많은 위안과 위로를 주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이러니 우리 신랑이 본인은 다시 태어나면 샌디에고 강아지로 태어나고 싶다지. 처음에는 어이 없어했는데 생각해 보니 사람만큼, 가끔 씩은 사람 보다 더, 대접을 받고 있는 강아지들이 부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가끔은 우리 크림씨를 보면서,약 3 ~4만 여 년 전 늑대에서 사람과 같이 살고자 개가 되기로 작정한 크림씨의 조상이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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