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잔여사 May 23. 2024

운동에 너무 진심!

  한국에 있을 때 아이들이 건강력을 쌓기 바라는 마음에, 운동을 엄청 시켰었다. 일주일 내내 태권도를 보내는 것 (물론, 이건 가성비 때문에 선택한 것이기도 했다) 은 물론, 일주일에 2~3회 씩 수영도 시켰고 아들은 축구도 보내고, 딸은 요가도 시켰다. 코로나로 많은 운동 시설들이 문을 닫고, 프로그램들이 폐지가 되면서 운동을 전혀 할 수 없는 기간이 있었었는데, 그때도 각종 둘레 길을 찾아 다니며 아이들이 움직이게 만들려고 애를 썼었다. 게다가, 컴퓨터나 패드를 통해 게임이나 각종 미디어를 많이 접하는 아이들의 척추 건강이 걱정이 되어서 어린이 필라테스도 시켰었다. (이제서야 하는 말이지만, 오바 좀 한 것 같은데, 어린이 필라테스는 정말 비쌌다.) 아이들이 미국에 와서 초반에 벙어리, 귀머거리 6개월을 보내는 것을 보면서 한국에 있을 때 이에 도움이 되는 공부라도 좀 시킬 것을 내가 왜 운동에만 그렇게 투자를 많이 했나 후회를 한 적도 있지만, 어릴 적에 체력을 쌓아 놓아야 오랫동안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건강히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있고 지금도 그렇고 믿고 있기에 뭐, 괜찮은 거 아닌가 스스로 위로를 해 본다.    


  그런데, 미국에 오니 나의 믿음 따위는 뭐, 별거 아니다. 너무 당연한 것이고 여기는 그것보다 더 한 수 위다. 여기는 무슨 운동을 어릴 적부터 시작해서 평생 목숨 걸고 하는 분위기다. 예를 들어, 아들이 뛰는 농구 리그만 해도 엄청나다. 일주일에 한 번 씩 연습도 해야 하고, 3개월 운영되는 리그 기간 동안 일주일에 한 번 씩 상대팀과 제대로 겨루는 경쟁 시합도 있다. 전 후반 20분 씩 40분을 뛰는 경기로 사실 점수는 많이 나봐야 30점 정도이고, 평균 20점 정도니 감이 오실꺼다. 골 시도야 많지만 성공률은 50% 이하로 2점 슛 10개 정도 들어간다. 골이 안 들어가면 무슨 재미인가 싶긴 한데, 6~7세 꼬맹이들이 자기 머리보다 큰 농구 공을 가지고 이리저리 뛰어 다니는 모습은 정말 너무 귀여워서 눈을 뗄 수가 없을 지경이고, 여러 이유로 관중 입장에서 보는 재미는 나름 또 있어서 가서 응원을 할만하다. 농구 뿐만 아니라 야구, 축구, 미식축구, 테니스, 클라이밍 등 한 아이 당 평균 2개 정도의 운동에 투자를 하며, 단순히 레슨 받는 선이 아니라 각종 공식 리그에 팀, 개인으로 참여하여 본인만의 record를 만들어 나간다.


  한국도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의 경우 미국처럼, 많은 구기, 필드 종목을 접한다. 문제는 초등 중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이런 운동을 위한 시간들이 모두 공부를 위한 시간으로 바뀌게 되어 운동을 하는 중, 고등학생을 보기가 쉽지 않다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물론, 최근에는 키도 클 겸 체력을 길러야 공부도 잘 할 수 있다고 , 방과 후 7~11시 학원 타임 이후 늦은 밤에 체육관에서 농구를 하는 아이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사실 나의 입장에서는 이런 프로그램 돌리는 학원이 있다는 것도 신기하다.) 아이들이 스트레스도 풀 겸 체력도 기를 겸 이렇게라도 운동을 한다니 다행이다 싶지만 이것 또한 공부와 관련된 큰 그림의 일부일 테니 괜시리 안타깝다. 


  그런데 왜 이렇게 미국 아이들은 운동에 진심인 것인가? 아니 부모는 왜 그렇게 그들이 아이들이 운동에 진심이게 만드는 것일까? '건강해야 뭐든 할 수 있으니 어릴 적부터 운동을 생활화해야 한다'라는 것들이 체화가 되어 있는 것 같긴 한데, 사실은 나는 이걸 다른 시각에서도 보고 있다.  첫 번 째는, 의료비 & 보험료가 비싸서 그런 것 아닌가 합리적인 의심을 해 본다. 여기 와서 살아보니 뭐 아프거나 다치거나 하면, 아무리 보험이 있어도 의료비가 상상 초월로 비싸고, 한국인의 눈에 그렇다는 말이다, 보험이 100% 커버를 해 주는 경우도 거의 없다 보니, 일단 아프거나 다치면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어 진다. 며칠 전에 딸 치과 점검을 갔다 왔는데 dental 보험의 coverage가 넓어서 다행히 내가 내는 돈 (co pay & deductible)은 없었지만 원 청구된 금액이 600달러여서 깜짝 또 놀랐다. 그냥 가서 엑스레이 한번 찍도 흔들리는 치아 없나 썩은 이 없나 본 것이 다다. 비싸다는 불소 도포도 안 했는데….. 사실 내가 낸 것이 없다고 공짜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기본 보험료에 pay up해서 매달 내가 내는 돈이 또 있으니…… 


  두 번 째는, 미국도 한국과 다를 바 없이 이 또한 큰 그림의 일부인 것 같다. 이렇게 꾸준히 운동을 하고 성과를 낸 것으로 (다들 좋다 라고 하는) 대학에 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며칠 전, 중국 엄마랑 잠시 small chat을 하는데 아들내미가 한국에서 6년 동안 태권도를 해서 딴 블랙 벨트를 보면서, '미국 서도 꾸준히 태권도를 하고 있으니 포트폴리오가 너무 좋고 이 걸로 대학도 잘 가겠다' 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내가 그런 그림을 생각하고 미국에서도 태권도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단다. 나 스스로 이런 내용이 이해가 될 리가 없어, 이유를 물어보니….. 미국은 공부도 중요하지만 리더쉽과 협동 등을 강조하는 나라인만큼 대학 입시에서 공부 이외 어떠한 활동 등을 통해 리더쉽을 발휘해 왔는지 또한 팀웍을 배웠는지 많이 고려하는데 소위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 팀 스포츠, 예를 들어, 농구, 야구, 축구, 배구, 미식축구 등이 이러한 리더쉽과 팁웍을 보여주기에 가장 적절하다는 것이다. (물론 악기, 연극, 뮤지컬, 댄스 등 다른 분야의 종목들도 있지만 운동이 가장 많이 선택이 되는 것 같다. ) 그렇다고 해서 혼자 수련해야 하는 태권도 같은 운동이 뒤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뭐 하나라도 꾸준히 배우고 익혀서,  열심히 했다 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으면 가산점이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뭔가 성과가 있으면 더 좋은데, 태권도는 뭐 벨트가 말을 다 해 준다나.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것은, 어느 정도 이상의 운동 성과를 위해 아이들을 각종 리그와 대회에 데리고 다녀야 하다 보니, (여긴 학원 차량 개념이 없다. 차량 라이딩은 부모의 몫!) 여기 많은 엄마/아빠들은, 밥도 제때 못 먹을 때가 많고, 먹어도 차 안에서 햄버거로 겨우 먹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우리 나라에서 대치동 학원 라이딩을 위해서 엄마들이 쉬지 않고 차를 달린다라는 말을 많이 듣긴 들었는데, 많은 부분이 겹치는 느낌이라 좀 서글프고, 이를 신경 쓰지 않고 살 수 있을지 모르겠어서 걱정이 태산이다. 뭐 물론 오늘도 항상 그러하듯이, 걱정만 한다. 운동 이야기하려다 서글픈 라이딩 얘기로 마무리가 되어 버렸는데, 아무튼, 내 생각이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 너무 비판은 하지 않으시길…… 

작가의 이전글 사마귀 없애기 DIY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