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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여사 Sep 20. 2024

옥수수의 변신!  

  한국에서는 거의 매년, 친정 아버지 살아생전 여름만 되면 당신의 농장에서 직접 씨를 뿌리고 재배한 찰 옥수수를 많이 삶아 얼려서 서울로 보내주시곤 하셨다. 얼린 옥수수를 가볍게 뜨거울 물에 데쳐서 여름 내내 매일 3~4개씩 열심히 먹어대어, 다들 덥다고 살이 빠질때 나만 통통이 살이 올랐던 기억들이 있다. 친정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부터는 옥수수 구경을 못하나 했는데, 친정 어머니 지인분들께서 취미로 옥수수를 재배해서 서울까지 보내주셔서 사실 미국 오기 전해 여름까지도 여름 내내 옥수수를 실컷 먹었었다. 그러니 미국이라는 나라에 와서 옥수수를 먹는 것은 당연지사, 게다가 원체 옥수수 재배를 많이 하니 가격도 쌀 것이라고 예상하고 기대가 좀 있었다. (나는, 뭐 좀 나름 먹는 것 관련해서는 진심이 있다.) Crop circle이 나오는 Sign (2002년, 멜깁슨 주연 영화) 이라는 영화를 본 분이라면, 어마어마한 사이즈의 옥수수 농장을 보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 지역에서는 아직 옥수수 밭을 만나지는 못했는데, 중동부쪽 외곽으로 조금만 이동해도 엄청 큰 사이즈의 옥수수 밭을 많이 볼수 있다. 


  그런데 웬걸. 옥수수가 상당 비싸다. 4개 묶음이 거의 10달러이다. 농산물이 전반적으로 싼 미국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남아돌 것 같은 옥수수가 1개에 2.5달러 한다는 것이니 이건 비싼게 맞다. 게다가 내사랑 찰 옥수수도 아니고, 우리나라에서는 초당옥수수라 불리는, 아삭은 하나 옥수수의 깊은 맛이 없는 가벼운 옥수수다. 처음에는 뭐, 그냥 시즌이 아니여서 그 가격인 가 보다 했는데 반년이 지나도 1년이 지나도 그 가격인 것을 보니, 옥수수가 비싼 것에는 뭐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디서 얼핏 들었던 것 같은 미국의 옥수수휘발류에 대해서 좀 살펴보게 되었다. 


  미국은 1970년대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에너지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고민했고, 당시 너무나 흔했던 작물인 옥수수와 사탕수수등으로 만든 에탄올을 가솔린에 희석해 사용하게 되었고, 기술적으로도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이후 법적으로 의무화까지 되어, 현재 휘발유에 에탄올을 10% 섞은 'E10' 연료 사용이 의무화됐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옥수수 농가는 남아도는 작물을 안정적으로 활용할 길이 생긴 것이고, 정부는 외부의 여러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되어 서로 윈윈이 된 셈이라 생각된다. 이렇듯 큰 농가 지역 주변에는 바이오에탄올 처리 공장들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옥수수 생산을 많이 하는 주중 하나인 네브래스카주에서는 연간 33만5000톤의 옥수수를 가공하여 바이오에탄올 약 87억리터를 생산하여, 에탄올과 부산물인 주정박(DDGS)을 판매해 연간 약 5조9895억원의 수익을 올린다고 한다. (이 업체들은 정부의 여러가지 세재혜택과 초반 인프라 투자 비용에 대해 보조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네브라스카 주 한 옥수수에탄올 공장. 인터넷 무료사진 사용) 
(인터넷 무료 사진 활용)

   보통 공장에서는 약 50kg의 옥수수를 처리하는 데 8일이 걸린다고 한다. 트럭이 옥수수를 운반해오면 잘게 부숴 가루로 만들고, 이스트와 섞어 발효하면 에탄올을 얻을 수 있는데 각 발효기에서 60~65시간을 거치면 17~18% 에탄올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때 발효하고 남은 주정박들 중, 저단백은 술을 만드는 재료로, 고단백은 동물성 사료로 각각 쓰인다고 한다. (참고로 여기서 나온 동물성 사료는 중국 수출 효자 상품이라고 한다.) 또한, 에탄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CO2)는 코카콜라 등의 음료 회사에서도 탄산 제조를 위해 구매한다고 하니 뭐 버릴게 하나도 없는 효자 바이오품목이다. 아참, 반도체 등을 세척할 때도 고순도 에탄올이 필요해서 최근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도 한다. 이건 뭐, 옥수수 하나로 견실한 큰 산업의 supply chain 전체가 만들어진 것이나 다름이 없다. 참고로, 미국에서 생산되는 바이오에탄올은 대부분 미국산 옥수수를 원료로 삼고 있고, 미국에서 생산되는 옥수수의 3분의1이 바이오에탄올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안 그래도 수요가 높은데, 바이든 정부 들어 휘발유에 에탄올을 5%더 늘려 'E15' 연료 사용을 의무화하고자 법 개정이 진행중이라고 하니 수요가 많은 만큼, 자동적으로 뭐, 먹는 옥수수는 가격이 높아져버린 상황이 되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 기후 변화로 옥수수 재배량이 감소하기라도 하면 가격이 폭등할수도 있다고 하니, 원체 주식으로 돈으 번 적이 없는지라, 요즘같이 주식시장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있는 시기에는 옥수수같은 원자재 투자라도 해야 하나 하는 투기스러운 생각도 잠시 들었다. 


  어찌되었던 이런 배경으로, 한개에 1달러도 하면 안 될 것 같은 옥수수가 2.5달러나 하나 싶다. 어쨋건 비싸고 솔직히 맛도 없다. 그럽지만 내심 또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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