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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죽림헌 Sep 24. 2024

#3, 백로 홀로 한가롭다

청송백학루에서 노닐다.

수양 버드나무에 비취 빛 잎이 돋아나고

넓은 무논에 엎드린 농부들 손길 바쁘다

잠시 허리 펴고 고개 들어 멀리 바라보니

더 넓은 무논이 펼쳐져 있다.          

올여름 큰 풍파 없으면 가을은 황금물결 일렁이리

펼쳐진 논들을 바라보는 농부 얼굴에 미소 번진다.


아낙들과 아이들의 웃음소리 넓은 들에 울려 퍼진다

머리에 얹힌 소쿠리에 맛있는 참이 얹혀있고

아이들 손엔 주전자가 들려있다.          

잠시 허리 펴고 하늘 보니 해는 중천에 있다


모두들 모여 앉아 맛있게 참 먹으며 

얼큰한 한 잔술로 마음은 이미 풍년이다

떠들썩하게 한바탕 행복한 웃음소리 넘치고

농부들 허리 굽혀 다시 모를 심는다.


소나무 위의 백로는 농부를 감시하 듯 

외 다리로 서서 농부 떠나기 기다린다          

모심기 끝낸 농부들 허리 펴고 바라보니

멀리 보이는 산자락엔 녹음이 짙어간다


어제 내린 비로 아지랑이 아련히 산 따라 오르고

농부 떠난 빈 논에 어느새 백로 홀로 한갓지다 


2024.6 어느 날 

죽림헌 

#모심기 #백로 #황금물결 #넓은 무논 #풍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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