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떠오르는 기억과 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용서도, 기억도,
비처럼 언젠가는 마를 거라 믿었다.
하지만 어떤 기억은
젖은 채로 굳어버린다.
말리지 못한 감정은
시간 속에서 더 깊이 스며들고,
나는 그 위를 조심조심 걸어 다니며
이미 지나간 일을
아직 끝나지 않은 일처럼 안고 산다.
늘 내 편인 얼굴로 말하던 사람은
돌아서는 법부터 먼저 배웠다.
내가 더 이상 필요 없어진 순간,
그녀는 가장 익숙한 방식으로 나를 버렸다.
한 번이었다면 우연이라 믿었을지도 모른다.
상처에는 '오해'라는 이름을,
침묵에는 '사정'이라는 이름을
애써 붙여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두 번은 달랐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방식으로 반복된 절망.
두 번은
선택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을 미워하기 보다,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원망은 여전히 앙금처럼 남아 있었지만,
존재 자체를 지워내는 쪽이
내게는 더 쉬운 생존의 방식이었다.
기억 속에서조차
불러내지 않아도 되는 사람으로,
그녀를 조용히 삶의 밖으로 밀어냈다.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다만,
더 이상 마음속에서조차
말을 걸지 않는 쪽에 가깝다.
문득 생각이 날 때가 있다.
함께 웃었던,
분명 좋았던 적도 있었으니까.
'그때 참 좋았지.'
짧은 회상 끝에
비는 오늘도 조용히,
내 마음의 흔적 위로 내린다.
마르지 않는 기억을 다시 한번 적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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