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잔상 :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문득 떠오르는 기억과 비

by 숨나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용서도, 기억도,

비처럼 언젠가는 마를 거라 믿었다.


하지만 어떤 기억은

젖은 채로 굳어버린다.

말리지 못한 감정은

시간 속에서 더 깊이 스며들고,

나는 그 위를 조심조심 걸어 다니며

이미 지나간 일을

아직 끝나지 않은 일처럼 안고 산다.


늘 내 편인 얼굴로 말하던 사람은

돌아서는 법부터 먼저 배웠다.

내가 더 이상 필요 없어진 순간,

그녀는 가장 익숙한 방식으로 나를 버렸다.


한 번이었다면 우연이라 믿었을지도 모른다.

상처에는 '오해'라는 이름을,

침묵에는 '사정'이라는 이름을

애써 붙여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두 번은 달랐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방식으로 반복된 절망.


두 번은

선택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을 미워하기 보다,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원망은 여전히 앙금처럼 남아 있었지만,

존재 자체를 지워내는 쪽이

내게는 더 쉬운 생존의 방식이었다.

기억 속에서조차

불러내지 않아도 되는 사람으로,

그녀를 조용히 삶의 밖으로 밀어냈다.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다만,

더 이상 마음속에서조차

말을 걸지 않는 쪽에 가깝다.


문득 생각이 날 때가 있다.

함께 웃었던,

분명 좋았던 적도 있었으니까.


'그때 참 좋았지.'


짧은 회상 끝에

비는 오늘도 조용히,

내 마음의 흔적 위로 내린다.

마르지 않는 기억을 다시 한번 적시며.





“이 기록이 닿았다면, 저장·공유로 응원해 주세요”​


#단어와단어사이에진심을눕히다 #인연의의미 #상처 #기록하는삶 #에세이그램 #글쓰기 #다정한마음 #언어의온도 #선택 #그때참좋았지 #회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