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르기 : 아픈 하루의 숨

by 숨나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인생은 고통이며, 그 속에서 우리는 작은 행복을 찾아야 한다고.

통증 속에서 사는 나에게 행복은 가끔씩 찾아오는 괜찮은 날이다.


원래 예민했던 나는 교통사고 이후 더욱 예민해졌다.
남들이 1이라고 느낄 통증을 나는 7-8로 느끼는 듯하다.
사고가 난 지 열 달이 지난 후, 상대 보험사 쪽 법정 전문의는 내 몸이 ‘회복 완료’라 정의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고통 속에 산다. 사지는 멀쩡하다. 그래서 더 설명이 어렵다.
몸속 디스크가 신경을 살짝 누르고 있을 뿐이다. 그 정도라면 병이라 부를 수도 없다고들 말한다.
두통과 요통, 신경통이 삶을 쉽지 않게 만들어도, “그까짓 통증쯤 정신력으로 이겨내야지”라는 말이 되돌아온다.

그래서 내게 ‘통증’은, 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게 하는 사치스러운 어리광이다.


오늘은 두통도 없고 괜찮은데?

이만하면 살만하다...할 때,

예고도 없이 또다시 문을 두드리는 통증.


그렇게 오늘도 나약한 정신력은 잠으로 도망친다.
한 시간 반쯤 지나면, 내 충실한 개가 밥 먹으라며 깨운다.
뜨고 싶지 않아 꼭 붙은 눈꺼풀을 억지로 비벼도 잠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는 내 입술을 핥다가 결국 혀를 밀어넣는다.
점심을 챙기라는 그의 가상한 노력 덕분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침대를 벗어난다.
커피를 내리고, 그에게 닭가슴살을 떼어주는 순간 — 그렇게 우리의 점심시간이 흘러간다.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행복은 어떤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내면의 ‘인격’에서 온다고.

내면의 '인격'까지는 모르겠다...

고통 속에서 가장 먼저 부서지는 게 인격이라는 것은 아닐까.


그저... 아프지만, 나를 먹이고 자신도 먹여 살리려는 저 예쁜 아이, 내가 낳은 아들들과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남편.

그들이 오늘도 나를 살게 한다.
그렇게 또, 나의 하루가 바람처럼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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