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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구슬 May 22. 2023

280일의 여정

임산부의 삶

만혼으로 결혼과 동시에 아이계획을 세웠고 감사하게도 바로 찾아와 준 아기천사!!!

기쁨과 설렘 속에서 임산부의 삶은 어떨지 궁금증과 아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있었다.


4주: 임신테스터기 두줄확인과 착상이 잘 되었는지 걱정...

자궁 외 임신이거나 착상이 잘 되지 않을 경우 유산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온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6주가 지나야 심장이 는 것을 보고 임신을 확실히 확인할 수 있다고 하여 산부인과 검진은 바로 가지 않았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자궁 외 임신 증상을 검색해 보고,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지 주의하면서 지냈다


6주: 입덧...

그동안 입덧이라고 하면 티브이에서 보던 장면만이 전부였다. 가족들 중에서도 입덧이 심한 사람이 없어서 음식냄를 맡으면 헛구역질이 나오는 정도로만 알고 있던 터라 입덧이 오기 전에 맛있는 음식 많이 먹어둬야지라고만 생각했었다.

6주에 접어드니 예상했던 입덧이 찾아왔다. 그런데 생각 이상으로 고통이 심했다. 24시간 내내 토할 것 같은 기분 + 매스꺼움 + 머리 아픔이 지속되고 너무 괴로워서 밤에 잠이 드는 것이 힘들었다. 일찍 끝나는 사람들은 12주에 괜찮아진다는 인터넷 글에 위안을 삼았지만, 입덧의 원인으로 추정하는 융모성 생식선 자극호르몬 HCG의 농도가 11~13주에 피크를 찍고, 16주가 되어야 떨어지는 그래프롤 보면서 좌절했었다. 지옥에서 사는 기분으로 너무 괴로워서 '입덧, 우울증'을 검색해보기도 했다. 음식이 들어가면 신기하게 먹게 되지만 평상시는 식욕이 전무하고 물도 못 마셨다. 11주~13주에는 그래프대로 입덧이 최고조여서 참다 참다 못 참고 토하는 경우도 많았다. 임신, 출산, 육아 중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을 뽑으라면 당연 입덧이다.

입덧약도 처방받았지만 나에게는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경험하면서 깨달은 나름 효과가 있었던 방법들을 소개해본다.

-입덧약의 주성분은 비타민B6, 신경안정제로 여기에 힌트를 얻어 비타민B6 영양제를 챙겨 먹었었다.

-차가운 음식이 입덧에 효과가 있다. 얼음을 보온병에 담아와 사무실에서 하나씩 꺼내먹으면서 버텼다. 물을 못 마셨는데, 얼음으로 수분섭취가 되어 유용했다.

-껌도 효과적이다. 저작운동이 소화기관 연동운동을 좋게 해서 입덧이 완화되는 것 같았다.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배가 불거나 하지 않아 항시 씹을 수 있어서 아주 유용했는데, 입덧 최고조 기간이 지나고 알게 되어 아쉬웠다.

-차가운 커피도 좋다. 임신기간에도 커피 한잔 정도는 괜찮다고 하여 안정기인 16주 지나면서 마시기 시작했다. 보통 16주 지나면서 입덧이 사라지지만 나는 막달까지 입덧(16주가 지나면서 많이 누그러져서 살만해졌다)을 했던 터라 밥을 먹고 난 후 울렁거림 해소에 커피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12주 : 기형아검사...

12주에 실시하는 기형아검사는 과거에는 선택항목이었지만 요즘에는 산부인과에서 선택여부를 묻지 않고 실시하는 것 같다. 검사종류는 기본검사와 니프티검사 두 가지가 있는데 둘 다 확률검사로 정확도가 높은 니프티검사가 비싸다. 두 가지 검사에서 고위험군으로 뜨면 확정검사인 양수검사를 실시한다. 노산인지라 의사는 정확도가 높은 니프티검사를 권했고 나는 검사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내막은 이렇다. 노산이어서 기형아에 대한 걱정으로 그동안 기형아검사에 대해 끊임없이 인터넷으로 알아봤다. 기본검사에서 고위험군으로 나오면 확정검사인 양수검사를 실시하는데, 알아본 바로는 고위험군이어도 대부분 양수검사에서 정상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문제는 양수검사결과가 나오기까지 임산부가 엄청난 스트레스를 겪는다는 것이다. 울음으로 소중한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12주에 실시하는 목투명대검사에서 정상치가 나왔고, 의사에게 아기를 믿고 검사를 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리니 의사도 의사를 존중해 주었다. 검사결과에 마음 졸이지 않고 마음 편히 지내는 쪽을 선택했다.

투명대검사에서 정상치가 아니더라도 기형아가 아닌 경우도 많으니 산모들이 너무 스트레스를 안 받았으면 한다.


배뭉침 시작...

12주가 지나면서 아랫배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고, 더불어 배뭉침이 가끔씩 일어났다. 앉았다 일어날 때 배가 땅기면서 통증이 있었다. 자궁이 늘어나려고 하는 자연스러운 증상이라고 하는데, 막상 겪어보니 혹시 잘못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과거 병원검진과 정보가 없었던 옛 여인들은 이러한 걱정스러움 속에서 살았을 것을 생각하면 현대의학의 혜택에 감사하게 되나, 또 한편으로는 각종 검사에서 해방되어 더 편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태동을 느끼기 전 태아가 잘 살아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한 달에 한번 있는 정기검진이다. 그래서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자 집에서 할 수 있는 태아박동 측정기를 구입하는 산모들도 많은데, 박동측정의 원리가 태아심장에 미세전류를 흘리는 것으로 오랫동안 측정하면 무리가 간다고 한다. 그래서 병원에서도 5초 이내로 측정하도록 권고한다고 한다. 초음파검사도 태아에게 좋지 않다고 한다.

내 담당의는 연륜이 있는 노련한 의사로 심장박동수는 정말 5초 이내로 보고 초음파검사도 금방 끝낸다. 산모 입장에서는 자세히 보고 자세히 설명해 주는 의사가 좋겠지만 태아입장에서는 반대다. 그래서 나는 사사삭 순식간에 보고 끝내는 내 담당의에게 불만이 없었다.


19주 : 태동시작...

경산모인 경우 빠르면 15주에도 느낄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초산모라 19주에 처음 느꼈다. 흔히들 하는 얘기가 물방울 터지는 느낌, 물고기가 지나가는 느낌 같다는데 나는 딱 상상했던 태아가 움직이는 느낌 그대로였다. 신기함과 더불어 아기가 내 뱃속에서 잘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안도감, 감사함을 느꼈다. 자연스럽게 아기에게 말을 걸게 되고 엄마가 되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산부인과 검진이 없었던 과에는 태동이 임신을 확인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가 되기에 태동을 느끼면서 오는 기쁨이 더 컸으리라 생각된다.


21주 : 심장 두근거림 증상...

가끔씩 누워있을 때 심장에 통증이 생기면서 두근거림이 크게 느껴지는 증상이 생겼다. 그래서 정밀초음파검사 때 의사에 말하니 심전도 검사를 해보자고 하여  했고, 별 이상은 없었다. 임신중독증 상일 수 있으니 혈압측정기기를 구입해서 매일 체크하라고 해서 막달까지 매일 측정했으나 정상이었다. 아마도 자궁이 커지면서 장기들이 위로 밀리다 보니 심장에 영향을 준 것 같다.


25주 : 임신성 당뇨검사...

입덧의 고통과 걱정이 많은 임신초기를 지나 중기에 접어들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하지만 이 편안함을 깨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임당검사라 불리는 임신성 당뇨검사이다.

임신성 당뇨검사아침을 먹지 않고 공복을 유지하고 검사하는 것보다 아침을 먹고 정해진 시간에 금식 후 검사하는 것이 혈당이 낮게 나온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왠지 먹지 말아야 할 것 같아서 공복으로 검사했는데 공포의 재검이 떴다. 재검이 무서운 이유는 첫 검사 때 보다 더 많은 포도당을 마셔야 하고 혈액을 1시간 간격으로 4번 채취해서 혈당이 떨어지는지 검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신성 당뇨일까 봐 걱정을 많이 했지만 다행히 재검 결과는 정상이었다. 검사과정에서 포도당을 많이 마시니 입덧이 다시 심해졌고 머리까지 아프기 시작해서 입덧을 가라앉히느라 병원 주변을 산책하면서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임신성 당뇨 검사일에 밥을 잘 챙겨 먹자!


29주 : 입체초음파

초음파가 태아에 안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기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입체초음파는 기다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아기의 얼굴을 미리 보면 모성애가 생겨서 막달 우울증도 이겨낼 수 있다고 한다.

눈코입 아기얼굴을 보니, 임신기간 내내 걱정이 많았었는데 왠지 안도감느껴졌다. 그리고 29주가 됐으니, 당장 태어나도 생존확률이 높다는 생각에 걱정을 한시름 놓게 되었다.


36주 : 막달검사 흉부엑스레이...

응급수술 대비로 막달에 하는 흉부엑스레이검사는 태아에게 방사선 영향이 없도록 납복으로 가리고 촬영한다. 가린다고 하지만 태아에게 좋지 않을 것 같아 의사에게 안 받아도 되는지 물어보니 단호하게 받아야 한다고 하여 깨갱하고 검사를 받았다. 대비차원에서 하는 검사라 환자가 선택하게 해도 될 것 같은데, 필수로 받게 하는 것은 과잉진료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외국 산부인과보다 검진을 많이 하는 우리나라이기에 산모에게 선택권이 많이 주어졌으면 한다.


막달 속 쓰림...

아기가 점점 자라면서 위장을 압박하는데 그러면 위액이 위로 쏠리면서 속 쓰림 현상이 나타난다. 위에 구멍이 날듯 한 부분에만 통증이 심했는데 그 부분에 접해있는  피부도 아프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속 쓰림이 있으니, 항상 챙겨 먹었던 비타민c와 과일을 먹지 않았으면 좋았을걸 그 당시는 그 생각을 못했다. 너무 괴로워서 아기가 일찍 나왔으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했다.

마지막 검진을 38주 3일에 했는데 아기의 예상 몸무게가 3.5킬로로 산모 체구가 작으니 제왕절개를 할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에 겁이 나서 주변 산을 오르기 시작했고, 식사량도 줄였다. 일찍 나왔으면 하는 바람은 더 커졌다.

너무 무리했는지 마지막 검사로부터 이틀 뒤 새벽에 양수가 터져 병원에서 유도분만으로 아기를 출산했는데, 아기의 몸무게는 3킬로였다.

37주가 지나면 정상분만이라고는 하나, 일찍 낳는 것보다 40주를 다 채우고 나와야 아기의 두뇌발달에 좋다고 한다.

나올 때가 되어서 양수가 터진 건지, 내가 무리해서 양수가 터진 건진 모르겠으나 어쨌든 내 몸 힘들다고 일찍 나오기를 바던 것이 미안했다.

산통의 걱정과 함께 바라고 바랐던 출산으로,  큰 이벤트는 없었으나 나름 힘들었던 280일의 여정이 끝났고 엄마로서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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