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내가 어른이 되었다고 느꼈던 순간

by 안뇽

이번 달에 가장 큰 이슈(?)는 몽골 여행 다녀온 거랑 가족상봉이다.


몽골은 사람들에게 지쳤을 때 가기 좋은 곳. 비수기다 보니 관광객(특히 외국인)도 거의 없었다.

춥고 심심하지만 무심한 동물들과 별들이 많다. 정말 한적하고 여유롭다. 매일을 이렇게 살면 사람이 너그러워질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느끼기에 몽골인들은 푸근하고 호방한 기운을 뿜고 있다.

유목 민족답게 동물을 신성시하는 태도와 불교적인 샤머니즘도 두드러진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안 예민한 나라' 하면 1위 할 것이다. 공공장소에서 누가 큰 소리를 내든 말든 개의치 않기도 하고, 도로는 온통 교통체증과 무질서인데도 경적소리 하나 나지 않는다.


유일하게 놀거리는 같이 갔던 동행친구들. 모르던 사람들과 같이 가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새로운 공간과 새로운 친구들이 주는 해방감이 있기 때문에.

같은 여행지를 같은 시기에 여행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나와 결이 잘 맞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모든 것이 좋은 여행이었다. 발이 꽁꽁 얼을 거 같은 한 저녁에 모닥불을 피우고 상념에 잠겼다.

왜 불을 계속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날 것 같은지 모르겠는데, 차마 울기는 부끄러워서 꾹 참다가 숙소에 돌아와서 몰래 이불속에서 울었다.


아마 가족 생각이 나서 그랬을 것이다. 작년에 가족들과 심하게 다툰 이후로 내 마음속에는 큰 응어리가 자리하게 되었는데 좀처럼 풀리지가 않았다. 그 응어리의 중심에는 시작점과 목적지를 알 수 없는 분노가 있었고, 가장 가까운 사람에 대한 증오로 변했다. 내가 쉽게 불안해지고, 쉽게 남에게 의지하는 성향을 가지게 된 것은 늘 나를 다그치는 폭력적인 아버지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내가 가진 화살을 그에게 쏟아댔다. 밤이고, 낮이고, 현실이고, 꿈이고, 나는 매일 그에게 소리치고 악을 썼던 것 같다.


항상 분노도 세상 모든 감정이 그렇듯 한 번씩 추슬러진다. 이후에는 아버지의 성장 배경과 그의 서툰 진심에 대해서도 이해를 해보려고 시작했다. 나는 이 것을 내가 변하게 된 (혹은 성장하게 된)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장 미워하던 사람을 이해해 보겠다고 결심했던 것. 가장 어려운 일일 수가 있다. 이 시기에 나는 살면서 가장 열심히, 많은 책을 읽었다.


그다음에는 조금 미안한 감정과 함께 그를 용서하겠다는 생각이 슬며시 들었다. 이때부터는 나를 항상 힘들게 했던 불면증과 알코올 의존이 확실히 좋아졌다. 그러나 계속 '사과를 받고 싶다'는 생각을 버릴 수는 없었다. 내가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 아버지가 나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사과해 주길, 그러면 모든 미움이 겨울의 눈이 녹듯 사라질 수 있다고 되뇌었다.


하지만 몽골의 별과 칠흑 밤, 보드카, 모닥불 그 속에서 나는 대부분의 집착을 날렸다. 사과받을 필요는 없다.

'사람은 누구나 못났고, 누구나 잘났다' 누구나 죄를 짓고 살기 때문에 누구든 용서할 수도 있다는 깨달음이 생겼다.

나는 누군가가 나에게 화를 낸다고 해도, 절대 함께 화내지 않을 것이다. 공감과 이해, 이성적인 토론으로 분노를 녹이고자 할 것이다. 그렇게 다짐하게 되었다.

내가 작년부터 생긴 습관 중 하나는 사람을 만날 때 늘 그 사람에게 배울 점을 찾는다는 것이다. 동시에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다. 보이는 모습 그대로를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몽골에서 가장 친해진 한 친구는 나이가 어린데도 못난 점은 잘 보이지 않았다. 자기 관리도 잘하면서, 시야가 넓어서 늘 다른 사람들을 챙기는 것 같았다. 내가 가장 신기해하는 류이다. 나와 남을 동시에 존중할 수 있다는 것.

그 친구는 남을 볼 때, 그 사람의 좋은 점만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당연히 그 친구에게 '나의 좋은 점은 뭐야?'라고 물어보았고, 그 친구는 '너와 대화를 하면 기가 사는 것 같아.'라는 신기한 말을 했다.

혼자 가만히 생각해 보니 뭔가 어른이 되어간다는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피곤한 기싸움과 고집에서 벗어난 초연한 사람. 나는 자꾸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이전 같았으면 새로운 만남과 시작은 날 설레게 하기보다 불안하게 했던 것 같다. 겁먹고 두렵고... 끝이 날까 무섭고..

그런데 이제 조금은 편하다. 낯선 느낌도, 새로운 도전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가족에게 돌아가는 길도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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