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증산

오랜만에!

by 안뇽

우리 집 거실에 산이 하나 보이는데 작년 이맘때는 잠을 거의 못 잔채로 아침마다 일곱시쯤 이 산을 올랐었다. 그 뒤는 한번도 오지 않았는데 이제 봄이 온 거 같아서 따뜻한 김에 와보았다.


이 증산은 100미터 조금 넘는 귀여운 산이고 조금 올라가다보면 각종의 운동기구와 양산시내가 훤히 보이는 정자가 있다. 거기 앉아 바람을 느끼면 참 좋다. 아침 산책을 하는, 혹은 맨발 보행을 하는 어르신이 많다.

보통은 산 중턱까지만 길이 나 있어 중간에 되돌아 나왔는데 한번 무슨 이유인지 산 꼭대기까지 올라갔던 적이 있다. 정말 뱀이 나올 것같은 울창한 풀숲과 어둡고 음산한 기운이 무서웠는데 참고 꾸역꾸역 올랐더랬다. 거의 꼭대기까지 올랐을 때부터 이름모를 정체모를 무덤들이 난무해서 깜짝 놀라 뛰어내려왔다. 아마 누군가의 몇몇 조상들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내려왔을 것이다. 알고보니 무덤과 비석이 많아 거북산이라는 별칭을 가졌다고 한다.


"거기 원래 그래. 앞으로 올라가지마 깔깔깔~"

막 출근한 엄마가 갑작스런 내 전화에 놀라 받아서는 웃음을 빵~하고 터뜨린다.


알고보니 수많은 죽음을 떠받들고 시내를 살피는 산이었다.

작년 이맘 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며 매일 이 산에 왔었는지, 어떤 노래를 반복해 들었는지 떠올려본다.

가끔씩 나는 생각을 위한 생각을 하며, 떨쳐버리기 위해 자꾸 걱정을 되살린다. 그게 어쩔 수 없는 나다. 작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그런 점에서는 똑같다. 걱정의 종류는 다르지만 걱정을 하는 나는 그대로 있다.

과거의 기억들과 미래의 걱정을 백화점으로 만들고 매일 들어가서 물건을 꺼내본다

그래도 그 때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더 낫다.

왜냐면.. 지금은 내가 나를 사... 사.... 좋아하니까.

나를 좀 보살피고 있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해주고 있다.

생각보다 나는 무언가를 견딜만큼 강한 존재이고, 걱정하는 크고 위험한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편하고 무던한 삶을 위해 살자

'나 혼자 있어도 좋고 누군가와 있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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