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No. 11
내 마음에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마을 속을 한걸음, 한걸음 걸어보니 우연히 한 포구를 발견하게 됐다. 너무도 푸른 바닷물이 멀리서 넘실거리며 다가와 바위틈 속에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경치를 바라보며 사색할 자리도 마련돼 있으니, 잠시 머물러 지금까지 거쳐온 순간들을 머릿속에 쭉 나열해 봤다. 지평선 너머 세상과의 만남부터 한 사람의 작은 손길에서 마련된 자연 속까지. 크게 먼저는 3일도 안 되는 기간에 넘치도록 영감을 받았다는 점이 놀라웠고, 시간을 그저 흘려보내지 않고 제대로 사색에 몰입한 내 모습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그렇기에 이번 여정 속 순간들을 기억 속에 결코 묻혀두기 싫었고, 항상 새록새록 떠올릴 수 있도록 다음 과정이 필요하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지금까지 받아온 영감들을 차곡히 글로 '정리'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여기 포구에서 바람맞으며 진득이 하기에는 분명 마땅치 않으니, 곧바로 자리를 뜨게 됐다. 물론 다음에 다시 식당에 방문하는 겸 또 들리면 되겠거니 해서 그리 아쉽지는 않았다.
차로 이동하면서 표선 해수욕장 근처에 해당 작업을 이어가기에 적합한 카페를 찾아냈고, 여기에 주차장이 있는 걸 알면서도 15분가량 떨어져 있는 도서관까지 갔다. 굳이 그러고 싶었던 건 영감을 누리는 것 외에도 걸음의 묘미를 알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 이 안에 내 마음을 차분히 살펴보고,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보며 눈 안에 담아 가는 것 또한 감각을 깨우는 순서의 일환이란 걸 습득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카페에 도착했는데 웬걸 원하는 자리가 딱 비어있다니. 몰입해서 정리하다가 잠시 쉬어갈 때 바깥으로 시선을 돌려 환기하기에 가장 좋은 위치였다. 그러니 지체 없이 바로 선점했고, 운전하랴 달달한 게 먹고 싶었는지 해당 가게의 시그니처 메뉴를 주문했다. 나올 때까지 차분히 바깥을 구경하는데, 지나가는 차들마저 나처럼 여유를 즐기는 듯했다. 평소라면 전혀 관심도 없었을뿐더러 소음에도 무감각했을 텐데, 이러니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는 게 삶에 있어 참 중요하구나 싶었다.
그런 소소한 생각을 끝마치는 찰나에 주문한 메뉴가 나왔고, 맘 같으면 바로 크림을 들이켜고 싶었지만 뭔가 멀쩡한 사진을 남겨야겠다는 직감(본 챕터에 올렸으니 옳았다.)이 들어 가장 잘 나온 한 장을 남겼다. 맛은 개인적으로 적당히 꾸덕한 걸 선호하는데 딱 맞았고, 우유 폼과 커피가 조화롭게 섞여 고소함이 느껴져 만족했다. 그리고 마침내 예정했던 대로 진행하기 위해 노트북을 켰고, 사진첩과 메모장을 열며 차곡히 정리해 보기 시작했다.
먼저 사진 하나하나 그 어느 때보다 공을 들인 게 선명히 보였다. 그건 곧 여정을 기대하는 마음이 순간마다 성취되었으니 생생히 받은 것들을 담아내려는 노력들이 있었다는 걸 의미했다. 그 덕분인가 글에 있어서도 구체적으로 적어보지 않았지만 사진과 함께 대략적인 구상이 가능해졌다. 마치 그림에 있어 채색 전 수정 가능한 스케치 단계정도라고 해야 할까 싶다. 또한 여기까지만으로도 글 속 두 가지 핵심 단어인 '사색'과 '영감'을 중심으로 서술해야겠다는 결론도 내렸다. 하지만 첫 여정이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영감들이 내게 궁극적으로 전하려는 메시지를 알 수 없었으니 그 이상으로 진행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분명 내 마음에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됐다. 이 또한 글처럼 핵심은 모르더라도 최소한 이전과는 달라지길 원한다는 걸 분명히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놀랍게도 해가 서쪽으로 떨어지기 직전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몰입에 쭉 빠져있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구상은 대략적으로 마련했다, 결론은 지금으로서 찾을 수 없겠다 판단이 들어 전처럼 밖을 돌아다니게 됐다. 가는 중간에 어느 정도 배고파져서 일식 카레 집에 찾아가 간간히 저녁을 해결했고, 월정리 바다처럼 진한 사색의 시간은 없었지만 충분히 파도소리 들으며 밤바다를 거닐었다. 이후에 어느 정도 돌고 생각해 보니 당장의 내일 첫 여정 마무리를 잘 짓는 게 중요하겠구나 싶었고, 한편으로 숙소도 꽤 머니 추가적인 사색 없이 바로 들어가 푹 쉬었다. 그러면서 눈감기 전 내게 있어 그 새로움은 나중에 어떻게 이어질까 자유로히 상상해 보며 셋째 날을 마무리 지었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만, 바로 그 새로운 것이 우리를 성장하게 한다." - 에리히 프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