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손길에서 나온 씨앗은

Chapter No.10

by JiwoongSS
곧 공중의 새들이 깃든 과수원을 이루었구나.

낚시꾼으로부터 영감을 얻고 난 후 어느덧 이른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고, 사색에 온전히 몰입하랴 특별히 찾아놓은 장소는 없었다. 때마침 이제는 움직이라고 세상이 말하는 듯 바람이 세차게 불었기에, 휘날리는 머리카락과 함께 정신줄도 날아갈 것 같으니 일단은 차로 돌아갔다. 그래도 돌아가면서 내 눈만큼은 해변 길을 원 없이 봤으니 이 때도 나름대로 만족해했다.


차에 들어간 후엔 "이번에는 무엇을 먹으면 행복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차분히 검색창을 둘러봤다. 무언가 제주도 하면 통상적으로 떠올릴만한 메뉴보다는 좀 더 특색 있는 메뉴를 찾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검색 끝에 온평리 마을 일대에서 이에 걸맞은 장소를 발견하게 됐다. 일단은 친환경 식재료로 구성된 메뉴들이 마음에 들었고, 식당 외에 감귤 농장도 운영한다는 점이 호기심을 자아냈다. 동시에 가보지 않았지만 사색하기에 적합하겠다는 기대감도 문득 들었으니 꼭 들리고 싶었다. 그래서 지체 없이 해당 목적지로 향했고, 가는 동안에는 부디 어떤 사정으로 가게 문이 닫혀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다행히 그 작은 소원이 통했는지 가게 문은 열려 있었고, 마침내 난 입구 앞으로 들어서게 됐다.

< 입구 주변 풍경 >

놀랍게도 들어가기 전부터 아까 문득 들었던 기대감이 괜히 생긴 게 아니었음을 온몸으로 체감했다. 가게를 둘러싼 마을 풍경이 온통 감귤나무로 채워져 있었고, 평화로우면서도 생기 가득한 분위기가 나를 감싸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건물들로 빽빽이 가득 찬 도심에서는 결코 상상할 수 없는 감흥이라 무심코 지나갈 수 없었기에, 잠시 주변들을 둘러보며 사진들을 남기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면서 왜 사람들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굳이 제주살이를 고집해오고 있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고, 나 또한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러고 싶다는 상상도 해봤다. 물론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님을 잘 알더라도 말이다. 그렇게 충분히 구경과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난 뒤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 작은 손길의 모든 소산들 >

안으로 들어서니 카운터 쪽 사장님으로 보이는 한 여성 분이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그분은 무언가 동네 분위기와 어울리는 수수한 모습을 가진 동시에 차분히 설명하는 멘트 속 인자함이 풍겨졌다. 그 두 모습은 마치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면서 자연스레 갖춰진 듯싶었다. 이어서 자리 앞에 놓인 메뉴판을 둘러봤는데, 이 가게를 향한 사장님의 노고가 깊이 담겨있어 인상적이었다. '생명존중', '자급', '지속가능'을 토대로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어내고, 그 안에 묘미를 함께 즐기도록 제안해 보기까지 어떤 노력을 해왔을까 싶었다. 또한 메뉴를 주문하면서 사장님으로부터 바깥에 보이는 감귤밭은 무농약으로 재배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어 그 노고에 경이로움까지 더해졌다. 자연을 대하는 그분의 영감에는 효율 따지는 타협이라고는 찾을 수 없었고, 알게 모르게 나는 그 손길이 깃든 공간에서 평안을 누리고 있었다.


그래서 그 평안함에 자리에 앉아 바깥을 구경하든, 잠시 창 밖에 나가서 보든, 메뉴가 나올 때까지 자유롭게 시간을 즐겼다. 새가 된 기분이라고 해야 할 것 같고, 이는 비단 나만 그러고 있는 게 아니었다. 나무 사이에 커다랗게 거미줄을 친 거미들, 농장 안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새들도 함께 그랬던 것이고, 그 너머의 경이로움을 차차 느껴볼 수 있었다. 더불어 주문한 메뉴가 나와 맛보게 됐는데, 설명하신 대로 담백해서 정말 맛있었다. 개인적으로 파스타요리를 주로 하는데 내가 사용하는 재료들로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맛이었고, 두부볼은 두부의 부드러운 식감과 적절히 바삭한 튀김을 살린 채 파스타 소스와 조화롭게 아우러졌다. 다른 말로 내게 있어서는 가히 '또 갈 집'이라 정리할 수 있었다.


식사까지 평안하게 마치고 나서도 마저 그 분위기를 누린 후에 사장님에게 인사를 드렸다. 맛있는 음식과 공간을 마련해 주어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그리고 안쪽 동네 분위기가 궁금하기도 해서 마을 안쪽을 산책하는 시간을 가졌고, 방금까지의 사색의 결론을 내려보게 됐다.


"작은 손길에서 나온 씨앗은 곧 공중의 새들이 깃든 과수원을 이루었구나."


한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된 작은 손길의 위대함을 느꼈던 계기였다고 말하고 싶다. 더 쉽고 효율적인 방법이 있음에도 오로지 자신 안의 영감을 신뢰하며 밭에 씨를 뿌리지 않았던가. 나아가 그 노고는 곧 자연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과수원으로 이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은 곧 아늑한 공간을 조성해 보려는 나의 입장에서 귀한 표본이 되어 그분께 더욱 감사했다. 한편으로 이 여정을 중도에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이유도 되었으니, 더욱 생기 있게 다음 장소를 향하여 이동했다.





"하나님 나라를 무엇에 비유하며 어떻게 설명할까? 하나님 나라는 겨자씨 한 알과 같다. 그것이 땅에 심길 때는 씨앗 중에서 가장 작은 것이지만 심긴 후에는 모든 채소보다 더 크게 자라서 큰 가지를 늘어뜨린다. 그래서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이게 된다." - 마태복음 4장 31~3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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