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No.8
영감을 찾는 자로 기억되고 싶은 마음을 품었다.
앞전의 행원리에서 마음이 이끄는 사색을 충분히 가진 뒤, 다음 목적지로 성산을 향하게 됐다. 지금까지 간 장소들과는 달리 재방문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더불어 충분히 갈만한 다른 명소들도 정말 많았지만, 나로서 이곳은 꼭 가야만 했다. 그 동기로는 그리움이 담겨 재촉하는 마음의 영향도 있었으나, 지금의 여정에 '초석'이 된 추억을 되짚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지금으로부터 몇 달 전, 그 추억은 다음날 잡힌 클라이밍 일정으로 인해 단 하루 주어진 나만의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넉넉히 내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그 가운데 아까 코난해변에서 그랬듯 취향에 따라 찾아가 묵묵히 자리를 지켜보는 과정을 지속했다. 그리고 정한 뒤 홀로 간 그곳에서 어색함을 딛고 평안을 맛보며 새로운 만족함을 경험하게 됐다. 즉, 이는 단순히 여행의 즐기는 수준을 넘어 지금의 여정을 거니는 자로 성장하는 초석이 되었다. 그 이후로 이번에는 그 성장한 모습으로 다시 성산과 조우하게 된 것이다.
추억을 되짚어보자는 의미로 이번에는 별 고민 없이 이전에 방문했던 대로 찾아갔다. 그 첫 번째로 성산 올라가는 길에 위치하는 카페에 들어섰고 그때 만났던 사장님과 재회했다. 당시 사장님은 혼자 있던 내게 안부를 물어보며, 소소하게 자신의 삶을 나눴던 분이었다. 그러면서 친절히 성산 일대의 맛집들을 알려주며 행복한 여행을 기원해 주었다. 그 덕분에 나로서 혼자 있는 어색함을 차차 걷어낼 수 있었으니 참 고마웠는데, 시간이 지났음어도 나를 기억해 줘 더욱 고마웠다. 특히 "멀리서 가방 메고 걸어오는 모습보고 단번에 기억했죠."라고 이야기했던 한 마디가 기억에 남았다. 그래서 그런가 두 번째 방문으로도 마치 단골이 된 듯했고, 전처럼 친절한 설명 속 주문한 커피와 디저트의 맛은 그 여운이 더해 깊어졌다. 그렇게 난 저녁이 될 때까지 창가에 앉아 그 여운을 천천히 머금으며 전처럼 평온한 시간을 누렸다.
어느덧 해가 완전히 졌고, 다음으로 이전에 사장님으로부터 추천받아 갔던 고깃집으로 향했다. 보통 고깃집이라면 테이블마다 화구가 있는 구조인데 여기는 바테이블 형태에 사장님이 직접 구워준 고기를 사진처럼 올려주는 방식이다. 그래서 혼자인데 고기 먹고 싶다면 아주 적합한 장소이고, 찾아오는 손님들 대부분이 나와 같은 사람들이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더불어 정성껏 구워준 고기의 맛은 아주 담백했고, 밑반찬들도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줘 만족스럽게 식사를 가졌었다. 무엇보다 나로서 그 식사 속 연달아 평안을 이어갔던 순간이 담겼으니, 다른 곳을 고민하지 않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까 카페 사장님이 나에게 그랬듯, 여기 사장님도 동일하게 기억해 주었다. 굽기를 마치고 상을 차려주는데, 유심히 나를 보고는 "오? 이전에 한 번 오셨죠?"라고 물었다. 스쳐 지나간 손님이라도 잘 기억하는 사장님의 눈썰미가 가장 유력하지만, 물어봐준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서비스에 그 마음이 더 켜져, 풍족한 식사를 마친 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나를 기억해 준 두 분과의 만남과 그 안에 추억을 되짚어보니, 마침내 여정은 둘째 날의 끝을 향하고 있었다. 아쉬움보다 다음 날도 특별할 것이라는 기대로, 숙소로 들어가 쉬면서 이날을 마무리짓기로 했다. 잘 준비를 마치고, 잠에 들며 오늘 하루도 사색으로 알찬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되니 지극히 뿌듯했다. 그러면서 끝으로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에 대해 사색해 봤다. 이는 성산에서의 시간이 있었기에 가질 수 있었던 질문이었다.
궁극적으로 초석을 딛고 지금의 여정을 거니는 입장으로써 그 답으로 '영감을 찾는 자'로 기억되고 싶다는 결론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그 답이 곧 나를 나타내는 수식어가 된다면 어떨까 상상해 보았다. 환경과 관계에 따라 나를 부르는 호칭은 다를지언정, 최소한 이웃에게는 동일하게 비치기를 말이다. 그렇게 둘째 날의 마지막 사색을 끝으로 푹 잠에 들었고, 셋째 날 아침을 맞이했다. 확실히 영감을 찾아 나설 준비가 자연스러워졌음을 느꼈고, 느낌 좋은 시작을 계속하기 위해 잠시 그 카페에 들렀다. 아쉽게도 사장님은 안 계셨지만 덕분에 영감을 얻게 되었으니, 인스타 메시지라도 마음이 담긴 감사를 표했다. 그렇게 맛있는 커피를 손에 든 채 여김 없이 영감을 찾아 사색의 터전으로 다시 향하게 됐다.
"내가 유쾌한 기분이 든 이유는 나 자신의 내부를 발견해 내는 일이 현저히 발전된 것이었으며, 나 자신의 꿈과 사상과 예감에 대한 믿음의 증가였으며, 나의 내부의 힘에 대한 자각 때문이었다." - 데미안(헤르만 헤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