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No.7
마음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니 비로소 사색의 터전이 펼쳐졌다.
바람을 계속 맞다 보니 이제 사색을 멈추고 얼른 자리를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앞서게 됐다. 동시에 점심시간이 도래했으니 자연스럽게 주변의 먹고 싶은 곳을 찾아봤다. 평소라면 식사에 대해선 대부분 누구와 약속을 잡고 합의하는데 익숙했겠지만, 지극히 내가 원하는 곳을 고르는 지금은 적당히 맞는 곳을 찾고 싶지 않았다. 지극히 내가 당겨하는 것은 무엇인가 추적해 보는 맛이 있었고, 차 안에 들어가 마저 둘러보며 대략 이렇게 속으로 중얼거렸던 것 같다.
"기름진 거, 덮밥 별로. 아따메 여긴 으디여. 겁나 멀어브네 안되겄다.“ (토종 광주사람이다.)
내 주관을 이렇게 서슴없이 떠올려 본 게 얼마만인가. 이 모습이 이전에는 어색하고 때론 별로라고 느꼈으나, 이날만큼은 새삼 매력적이었다. 어쩌면 그동안 상대방이나 모임 등에 맞춰왔던 게 익숙해서 그랬는지 이는 더욱 크게 느껴졌다. 그렇게 이거 저거 찾아보면서 가장 당기는 한 가지 키워드인 '국물'이 떠올랐고, 해변 근처에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라면집을 찾게 되었다. 라면국물 한입하면서 창가 바깥으로 차분히 구경하는 감성이 연상되어, 기분 좋게 그곳으로 목적지를 설정하게 됐다.
해당 목적지에 도착해 들어갔는데 다양한 주류 소품들이 정갈하게 놓여있는 인테리어와 여유로운 분위기가 풍겨져 좋은 인상을 가져다주었다. 물론 식당은 많은 손님들이 찾아와야 운영이 되겠지만, 평일이기도 하고 아늑함을 원하는 내 입장에서는 찰떡이었다. 자리를 잡고 주문한 메뉴를 기다리면서 사진도 남기고, 내 눈 반경에 보이는 것들을 하나하나 둘러봤다. 특별히 좋았던 건 식당인데도 카페나 펍처럼 가게 내부를 꾸몄다는 점과 찾아온 손님들이 온몸이 물에 젖어있어도 환영한다는 점이었다. 이 동네가 가져다주는 정겨움을 닮은 듯했다.
그런 생각이 드는 마침 주문했던 메뉴인 '해물라면'이 나왔다. 역시 이 강렬한 라면냄새가 코에 들어와 바로 먹고 싶었지만, 추억은 남겨야겠다 싶어 한 장의 사진은 남겨봤다. 그리고 식사를 시작했는데 아까의 느낌대로 국물 한 수저가 가장 맛있었고, 중간마다 마시는 콜라 한 캔은 조금이나마 있는 느끼함을 싹 비워줬다. 또한 그 맛을 누리면서 바라보는 바깥 경치는 한마디로 호강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호강스러운 식사와 경치 구경은 사색을 곁들인 이 여정에서 만족스러운 휴식 시간이 되어줬다.
식사를 마친 후 다음 행선지는 성산이었으나, 바로 가기에 살짝 아쉬운 감이 들어 중간 장소를 찾게 보았다. 그중에 주요 관광명소는 아니지만 아늑한 우드 인테리어와 드립커피를 판매하는 행원리 일대 카페가 눈에 띄었다. 아까 식당처럼 바깥을 구경할 수도 있고, 어제처럼 그 근처 동네를 걸어 다니고 싶었던 마음도 스멀스멀 들었기에 다음 장소로 지정했다. 그러는 중간 차로 이동하는 길, 눈에 스쳐간 아름다운 코난 해변에게도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역시나 도착한 장소 행원리 일대는 정말 아름다웠다. 이곳도 마치 찾아올 나를 위해 이때를 준비했다는 느낌이 들어 아까처럼 자유롭게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먼저 찾아간 카페에서 마시고 싶은 드립커피를 고르고, 못다 읽은 책을 펼치면서 창 밖을 바라봤다. 작은 창은 마치 액자처럼 바깥 풍경이 보였고, 입구 쪽에는 따스한 햇볕이 들어와 내부를 따스하게 만들었다. 더불어 특별히 몰입하는 시간이 아니지만, 여유롭게 찍은 사진들을 편집하고 그걸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 만족했다. 그러면서 공유받은 지인들의 연락을 받으며 부러움을 사는 맛도 또한 좋았다.
마저 자유롭게 연락과 독서를 이어가니 어느덧 이동할 때가 되었고, 가을 하늘이 드넓게 펼쳐져 있으니 카페 주변으로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그 안에 푸릇푸릇한 색채가 온 동네를 감싸고 있어 내 감각도 함께 살아나는 기분이었다. 특히 도시에서는 흔한 소음이 이곳에는 존재하지 않으니 한결 편안했다. 중간에 보이는 도로 반사경에 소소하게 인증도 남기며 주어진 시간을 충분히 누렸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가니 내 발걸음이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향하고 있음을 목격하게 됐다. 그리고 이는 곧 '감각을 깨우는 준비'의 다음 과정이었던 것이다. 동시에 그대로 따라갔더니 비로소 사색의 터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지금 내가 자유로이 이곳을 받아들이며 돌아다니는 게 그 증거였고, 이전의 월정리 속 사색도 이 흐름을 거쳐 영감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내 안에 다가오는 마음에 귀 기울여 소통하며, 신뢰를 쌓아가보기로 했다. 그래야 이어지는 행선지에서도 사색의 터전을 찾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로 내게 사색의 터전이 마련해 준 이곳 행원리 일대에 감사를 표했다. 아쉽게도 시간은 오후에서 저녁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으니 다음 목적지인 성산으로 이동했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향하는 여정은 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