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끝', 다음날 '시작'

Chapter No.6

by JiwoongSS
첫 '사색'의 정리, 다음날 시작인 '자유함'


숙소에 도착해 하루를 마무리 짓는 시간을 차분히 가져봤다. 내부 공간은 주황빛 조명으로 물들여져 아늑한 분위기로 가득해 마음에 들었다. 그 분위기에 깨끗이 씻고, 바닷바람에 고생한 피부에 수분을 보충해 주고, 내일 입을 옷을 미리 걸어두는 소소한 것들을 바라보니 정말 상쾌하게 느껴졌다.


< 월정리 일대 아늑한 숙소 >

잠자리에 들기 전 듣고 싶은 노래를 마음껏 들으면서 하루 동안 찍었던 사진들을 둘러봤다. 한 장 한 장 공을 들여 찍었다는 게 뿌듯했던지 계속 반복해서 봤다. 그리고 그 반복 속 감명 깊었던 건 고작 몇 시간 동안 이루어진 사색의 흐름이 정말 풍부했다는 점이다.


지평선 너머 세상과의 만남에서 '감각을 깨우는 준비'와 '회복'으로 첫날의 사색이 시작되었다. 이어지는 아늑함 공간이 가져다주는 유익함, 캄캄했던 어둠이 선명한 실제로 새롭게 보였다는 것까지 이 짧은 시간에 이루어졌다. 그 여운 속 감성적인 노래들이 귀를 맴돌며 이룬 잠자리는 내게 있어 완벽 그 자체였다. 그렇게 눈을 감으며 다음 날을 온 마음으로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 숙소 바깥 전경 >

기대 가득한 잠자리는 다음 날 상쾌한 아침으로 이어지게 됐다. 넉넉히 잤어도 퇴소 시간까지 두 시간 정도 남아있어 여유롭게 커튼을 걷었다. 걷자마자 바로 눈앞에 있는 작은 나무 한 그루와 주변에 쌓아진 현무암 담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그 너머에 정겹게 펼쳐진 마을 전경을 찬찬히 바라볼 수 있어 감사했다. 한편으로 이런 분위기 속에 내 집을 마련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래도 푸릇푸릇한 전경을 원 없이 바라볼 수 있다는 게 도심에서는 어려우니 그런 듯하다. 돌고 돌아 난 확실히 광활한 것보다 아늑한 걸 좀 더 선호하는 것 같다.


퇴소 시간을 준수해야 되니 맞춰 나갈 채비를 다 끝냈다. 미리 준비해 둔 옷도 챙겨 입으며 지금 이 시간대 월정리 해수욕장에 한 번 더 보고 싶었다. 그래서 인사 겸 다음을 기약하자는 의미로 찾아갔다. 확실히 어제는 연보랏빛이었다면, 오늘은 푸른빛으로 채워져 있었다.


< 월정리 해수욕장과 코난 해변 >

다시 만난 이곳 바다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줘서, 내 온 감각을 깨워주며 사색의 자리를 마련해 줘서 말이다. 더불어 어제처럼 한결같이 돌고 있는 발전기를 바라보며 다음에 만나도 반갑게 인사하고 소통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어쩌면 그때는 내가 이곳에 영감들을 심어줌으로 받은 것에 보답하고픈 마음이 가득할 거라 또한 예상해 보았다.


다음을 기약한 인사를 뒤로한 채, 바로 옆에 자리하는 코난 해변으로 떠나보기로 했다. 가는 길 동안에도 찬란한 바다를 원 없이 볼 수 있었다. 마침내 도착지에 이르렀는데, 같은 바다인데도 차이점이 보여 좋았다. 월정리는 청록색 빛깔이고, 모래와의 경계가 뚜렷했다랄까. 반대로 코난 해변은 좀 더 짙은 푸른색이면서 마치 그라데이션처럼 모래가 펼쳐져 있었다. 그런 감상 속 한편으로 여기는 정말 바람이 많이 불어 오래 서 있기에는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정말 아름다우니 사진을 찍으면서 자리에 머물러 보기로 했다.


< 해변의 갈매기들 >

쭉 둘러보면서 멀리 감치 돌 위에 자리 잡고 있는 갈매기들이 보여 카메라를 확대해 사진을 남겨봤다. 피곤했는지 자는 개체들도 있었고, 나처럼 바다를 바라보는 개체들도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로부터 알게 모르게 '자유함'을 느끼게 됐다. 마치 알을 깨고 나와 나는 법을 터득해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내 눈에 비쳐서 그런 것 같다. 그렇다면 내게 있어 '자유함'은 무엇인가 떠올려봤다. 크게 '통제받지 않는 것', '내게 중요한 가치들이 어떻게 정의되는지 아는 것', '앎을 넘어 이를 추구하며 사는 것'으로 추려졌다. 그 가운데 현재 나는 알을 깨고 나온 상태이고, 이 여정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이 여정의 필요한 마음가짐을 바로잡을 수 있게 되었다. 그건 곧 이 갈매기들처럼 자유롭게 여정을 다녀보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어떻게 마침표를 찍든 그걸 굳이 예측하지 않기로 했다. 그건 알 속에서나 할 법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비록 아직 제대로 나는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더라도, 지금까지 챙긴 영감들을 힘입어 다음을 향해 나아가기로 했다.


< 코난 해변 전경 >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고자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라고 한다." - 데미안(헤르만 헤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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