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No.4
들어온 누구든 함께 아늑해질 수 있구나.
노을빛 바다에서의 사색을 마친 후, 월정리 일대를 쭉 돌아다녀봤다. 골목마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주택들과 상가들, 그 중간마다 함께 껴있는 밭들은 해가 떨어졌어도 따뜻함이 느껴졌고, 정말로 평화로웠다. 저녁이 넘어도 쉬지 않고 움직이는 도심의 모습과는 확실히 달랐다. 그리고 그런 골목 속 걷는 한걸음, 한걸음이 온전히 느껴졌기에 그저 좋았다. 그래서 이때만큼은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틈틈이 사진 찍어서 생각날 때마다 꺼내보는 것도 좋았겠지만, 아까 세상이 일러준 대로 감각을 온전히 깨우는 게 중요하니 말이다. 그렇게 계속 걸음을 이어가다가 마침내 아늑함이 깃든 공간 입구에 도착했다.
여담으로 아마 이곳이 아니었다면, 첫날 일정은 밥 먹고 바로 숙소로 넘어가는 걸로 마무리했을지도 모르겠다. 여기 일대는 저녁 넘어서 식당 외에는 대부분 일찍 닫기에 하마터면 하염없이 돌아다녔을 뻔했다. 그렇기에 이곳을 좀 더 늦게까지 열어준 사장님에게 감사할 따름이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이 공간은 구옥주택을 카페 공간으로 개조해서 운영해 온 것 같다. 사진을 보면 창문 안으로 내부 공간이 비치는데, 소품 하나하나 정갈히 놓여있는 게 보인다. 소중한 영감들을 차곡히 정리해보고 싶은 나로서 특히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주황빛으로 물들여져 있어서인지 차분히 여유를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를 한 문장으로 “첫인상이 마음에 들었다.”라고 표현해 본다.
입구 안으로 들어왔는데, 그 첫인상의 감흥을 넘어 여운으로 계속 감돌게 되었다. 먼저 '용한'이라 불리는 강아지(아쉽게도 사진은 없다.)가 자리에서 나를 맞이해 줬다. 아무래도 사람보다 후각이 뛰어나니,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냄새로 인식했을 것이다. 그렇게 잠시 나를 맞이한 이 친구와 대면한 후, 메뉴를 주문하러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각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 소품들이 눈에 띄었다.
어느 하나 겉도는 것 없이 참으로 조화로웠다. 다시 생각해 보니 내가 그렇게 여긴 건 이 모든 게 지극히 사장님의 취향, 손길에서 비롯됐기에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난 누가 봐도 처음 온 손님이기에, 사장님은 옆의 문을 가리키며 다른 공간도 있으니 한 번 둘러보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가보니 그곳 입구에서 돌고 있는 메시지는 나를 잠시 멈추게 만들었다.
세 문장의 메시지가 끊임없이 돌고 있었다. "조금 서툴러도 괜찮아. 한걸음, 그게 시작이야. 용기 있는 너를 응원해." 왜 이곳에 나를 맞이한 세상이 먼저 감각을 깨우고, 차분히 걸어보는 과정을 가져보라고 했는지 더욱 이해가 됐다. 내용 자체로는 살면서 익히 들었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여 살아가는 게 소중하구나. 그래서 이를 새기려고 여정 오며 미리 챙겨둔 준비물인 ‘인정하기’, ‘격려하기’, ‘기대하기’를 꺼내 적용해 봤다. 서투르더라도 충분히 격려해 주자고, 지금 걸어가는 한걸음이 곧 시작이니 기대해 보자고, 나를 온전히 응원하게 된 건 다름 아닌 용기를 냈기 때문이니 그대로 인정하자고 말이다.
그렇게 적용을 해본 뒤 마저 둘러보고, 돌아와서 주문한 음료와 케이크를 맛봤다. 공간이 주는 분위기가 더해져서 그런가 맛도 정말 훌륭했다. 그러면서 여행 오며 챙겨 온 책과 함께 차분히 이 시간을 즐겼는데, 노을 진 해변에서 그랬듯 또 하나의 영감을 찾아오게 됐다.
"아늑함이 깃든 공간에서는 들어온 누구든 함께 아늑해질 수 있구나."
손님으로서 이곳에 와 하나하나 둘러보면서 아늑함을 느꼈듯이, 나도 그런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겠다는 확신을 품었다. 동시에 언젠가 그 공간에 들어온 누군가도 지금의 나처럼 새로운 용기를 마련하기를 소망해 봤다. 그 소망까지 품도록 이끌어준 이곳에 마음으로 감사를 표하며, 배고파질 때까지 충분히 마저 여유로이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