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너머 세상은

Chapter No.3

by JiwoongSS
그렇게 내게로 와 찬란한 선물이 되었다.


드디어 제주도 월정리 해변가에 도착했다. 평상시라면 캐리어를 들고 먼 거리 이동해 직접 운전까지 해서 왔으니 피로가 앞섰을 것이다. 그런데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 피로가 싹 풀릴 만큼 정말 아름다웠다. 동시에 마치 이곳에 내가 오기를 이전부터 기다린 친구처럼 느껴져 마음도 함께 따뜻해졌다. 그래서 이 광경을 바라보며 바위에 걸터앉아 사색하려는 내게 세상은 먼저 준비 절차를 가지도록 했다.


<제주도 월정리 해수욕장>

'사색의 준비절차'를 가지며 내 안의 무뎌졌던 모든 감각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와 눈앞에 보이는 풍경들을 지긋이 바라봤다. 져가는 때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하늘, 바람에 맞춰 움직이는 발전기는 마치 흘러가는 시간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듯했다.


그리고 풍겨오는 바다 향기를 충분히 맡아봤다. 도심에서 결코 느낄 수 없는 향기인데 다른 냄새들이 틈타지 않아 정말 산뜻했다. 동시에 파도의 움직임에 맞춰 들려오는 소리는 나로 눈을 감고 집중하게끔 이끌었다. 그 가운데 내 마음은 따뜻해짐과 동시에 차분해진 것 같았다. 그렇게 온 감각을 깨우고 나서야 준비가 되었나 본지, 마침내 지평선 너머 세상은 내게 한 가지 메시지를 전해줬다.




"꼭 어딘가 도달해야만, 이를 위해 노력하는 순간만이 가치 있는 게 아니야. 너의 감각을 깨워 차분히 걸어가는 과정을 충분히 느껴보렴. 그래야 비로소 찬란한 아름다움을 바라볼 수 있을 거야."


< 제주도 월정리 일대 하늘 >

이 메시지는 이전의 내 모습을 조명해 주었다. 상황에 갇혀 조급해진 마음으로 해결하는데 급급한 순간들이 가득했다. 어떻게든 해결은 했지만 정작 나는 뒷전이었다. 그러니 내 감각도 함께 무뎌졌고, 무뎌진 상태로는 결코 세상의 찬란한 모습들을 제대로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여정에서 먼저 알려준 대로 넉넉히 시간을 가질 필요를 느끼게 했다. 여정에 힘쓰려는 나를 위해, 그리고 지평선 너머 나를 마주한 세상에게 고마워하며.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함부로 판단했고, 미운 감정을 서슴없이 표출했었다. '너는 참 강팍하고 무심하고 무정하다.'라고 비난했던 모습들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모자라다는 상념에 갇혀 한탄했던 게 셀 수 없어 많았다. 즉, 나는 모순 덩어리였다. 그럼에도 나를 이해해 주고, 내게 맞춰 함께해 주겠다니. 깊은 야랑과 넉넉한 존재감을 느끼게 되었다.

완전히 해가 져 어둠이 드리웠기에 일단 사색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얻은 영감은 ‘준비’와 ’회복‘이었다. 고개를 들어 어두워진 하늘을 바라보니, 때로는 전처럼 헤맬 순간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영감은 언제나 찬란하고 돌아오는 길을 분명히 알려줬으니, 이를 이겨낼 믿음도 함께 생겼다. 그렇게 세상은 내게로 와 '찬란한 선물'이 되었다.




세상은 그렇게 모든 순간

내게로 와 눈부신 선물이 되고

숱하게 의심하던 나는 그제야

나에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


선 너머에 기억이

나를 부르고 있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잊고 있던 목소리에


물결을 거슬러 나 돌아가

내 안의 바다가 태어난 곳으로


휩쓸려 길을 잃어도 자유로와

더 이상 날 가두는 어둠에 눈 감지 않아

두 번 다시 날 모른 척하지 않아


그럼에도 여전히 가끔은

삶에게 지는 날들도 있겠지

또다시 헤매일지라도 돌아오는 길을 알아


- 아이유, "아이와 나의 바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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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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