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 Fighters – Best of You
가장 좋아하는 밴드는 푸파이터즈(Foo Fighters). 프런트맨 데이브 그롤(Dave Grohl)이 너바나(Nirvana) 드러머 출신이라는 것도 모르고 2011년에 발표된 앨범 <Wasting Light>를 들었다가 그날로 디깅을 시작했다. 그리고선 일렉 기타를 구입하여 늦은 밤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후엔 방구석 기타리스트로 살아가고 있다. 결혼을 하고 육아 시작 이후엔 다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육아로 기타를 멀리하게 된 내 일과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이제는 제법 여유라는 것이 생기기도 했거니와 머지않아 다시 내 생활의 일부가 될 것 같다는 느낌도 있으니까.
그저 아쉬운 점이라면 다른 나라에서 그런 만큼 우리나라에서는 푸파이터즈의 인기가 대단하지는 않다는 것인데, 그래서인지 라디오에서 그들의 노래를 듣는 일도 아주 드물다.
그런데 지난주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푸파이터즈의 <Best of You>를 들을 수 있었다. 잠깐의 고요 이후 데이브의 “아입 갓 어나더 컨페션”이라는 외침이 들리는 순간 뒤통수 아래부터 소름이 돋으며 나 또한 “오~!”라고 소리쳤다.
우여곡절 많은 데이브의 바이오그래피 때문일까? 푸파이터즈의 노래는 유독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만 말고 박차고 나아가 끝내 이겨버려!”하는 메시지가 많은 것 같다. <Best of You>가 그러하고, 나를 반하게 한 앨범 <Waisting Light>의 첫 곡 <Bridge Burning> 또한 비슷한 결로 이해하고 있으며, 같은 앨범 마지막 곡인 <Walk> 또한 긍정적으로, 능동적으로 삶을 바라본다. 그런 메시지를 폭발하는 듯한 사운드에 담아 퍼뜨리며, (드렁큰타이거 앨범에 실린 어떤 스킷(Skit)이 생각나는데) 여기서 나는 소위 말하는 ‘야마’라는 걸 느낀다.
그런 까닭에 얼핏 듣기로는 그냥 ‘내지르는 노래’로 생각하기 쉽지만, <Best of You>의 가사는 좀 더 섬세한 편이라 생각한다.
"I needed somewhere to hang my head / Without your noose" (난 편히 머리를 기댈 곳이 필요했어 / 너라는 올가미 없이) "I was too weak to give in / Too strong to lose" (난 굴복하기엔 너무 약했고 / 패배하기엔 너무 강했어)
누구나 한 번쯤은 느꼈을 인생의 딜레마에 대해 공감하게 하고, 그렇지만 “너는 저항하기 위해 태어났니? 아니면 학대받기 위해 태어났니?”라고 물어본 다음, “나는 결코 굴복하지 않고 차라리 거부하겠다”라고 선언한다.
잔잔하게 시작하여 폭발하다가 끝끝내 각자의 악기를 ‘조져’ 버릴 듯한 엔딩까지의 드라마틱한 연주를 밑바탕에 깔아 둔 덕분에, 들을 때마다 가슴이 웅장해짐까지 느끼게 되는 듯. 모종의 카타르시스가 있다. “에너지를 폭발하는 독립선언문”이라면 이런 것이겠지.
이겨내겠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 기필코 살아내겠다 하는 밴드의 외침은 하루하루 막막한 삶 속에서 나의 영점을 다시 잡는 동기부여로 기능해 왔다.
그래서 ‘최애곡’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자주 들었다. 그래서 ‘완벽한’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독립적으로 살아올 수 있었다. 적어도 내가 나를 돌아보기엔 그런 것 같다.
여담으로… 언젠가 푸파이터즈가 내한했을 때 나 역시 잠실의 보조 경기장 현장에 있었는데, 모든 공연을 마치고 종합운동장 역으로 가는 길 내내 팬들끼리 <Best of You>의 후렴을 부르며 걸어갔던 기억은 내 인생 최고의 순간 중 하나이기도 하다.
또 오려나? 그런 순간이.
뭐, 그건 ‘그러면 좋고’인데, 이 노래가 외친 것처럼 고유한 인격체로 온전하게 살아가는 것만큼은 꼭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은 아닌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