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 -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
그런 노래들이 있지. 처음에 알게 되었을 때 들었던 것과 시간이 한참 지나서 다시 들었을 때 예전엔 인지하지 못했던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노래라는 것이 다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그 인상이 유난한 것들이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테이의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는 참이다. 이 노래가 발표된 건 2004년. 준수한 외모에 훌륭한 가창실력을 가진 새로운 남자 발라드 가수였고, 황세준 작곡가와 조은희 작사가의 곡을 받을 정도였으니 나름 뒤에서 밀어주는 힘에도 어느 정도 이상의 확신이 있었던 듯하다.
확실히 노래가 좋긴 했지.
‘황세준표’ 서정적 멜로디와 ‘조은희표’ 섬세한 가사가 서로를 끌어올려주듯 하는 느낌이 있다. 클라이막스를 지나 끝맺음으로 가는 동안 모종의 긴장감이 성실하게도 이어지니까. 개인적으로는 작사가 조은희님의 가사에 좀 더 주목하는 편인데, 처음엔 흔하지 않은 표현들이 귓바퀴를 맴돌아서 ‘뭘 이렇게 어렵게 썼지?’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찬찬히 곱씹어보면 이처럼 여실하면서도 유니크하면서도 뭔가 멋진 가사도 없지 싶어진다.
“…온 세상이 취한 것 같아
눈부셨던 우리 추억이 열 오르듯 비틀대잖아
니 품에 살았던 날들과 꿈꾸었던 사랑이
다 부서져 또 흩어져 향기로…”
희미한 이미지로 남은 사랑할 때의 장면장면들을 공감할 수 있도록 그려냈다. 사랑 후의 이별을 향기에 빗댄 아이디어는 탁월하다. 보이지 않지만 내 근처에 남아 있고, 사라지는 듯하지만 불현듯 감각을 자극하는 것.
멋진 가사에 탄복하다가 문득 궁금해져서 알아보니 작사가의 이력이 화려하다. 테이의 노래 중엔 <같은 베개>도 쓰셨고 <사랑은 하나다> 또한 이 분의 작품. 김종국의 <한 남자>랑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정말 사랑했을까>, 박상민의 <하나의 사랑>, K2(김성면)의 <그녀의 연인에게>도 작사가 김은희 님의 포트폴리오 안에 있다.
내게 가장 놀라웠던 건 BMK의 <꽃피는 봄이 오면>의 가사도 이분의 작품이란 건데, 듣는 이의 가슴이 벅차오르도록 노래를 부르고야 마는 가수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사랑 하나를 두고 이런 방식으로 가슴을 저미게 하는 솜씨가 참 대단한 것 같다.
예전에는 노래 중간중간 테이의 허스키한 음색도 들렸는데, 요즘 어디 나와서 부르는 걸 보면 ‘매끄럽게 끝내야지~!’하고 무대에 오른 듯한 느낌이다. 그게 뮤지컬 영향인 것 같기도 하고 노련해진 까닭인 듯도 하고.
그런데 예전 원곡 음원을 들어도 좋다. 이건 이래서, 저건 그래서 좋다.
여담으로,,, 언젠가 아주 오랜만에 아침 출근 도중 주파수를 MBC 라디오 FM4U 에 맞췄을 때 “굿모닝! 테입니다!!!”라 신나게 외치는 목소리를 듣고, 내가 아는 테이가 맞나 했었다… 이 프로그램의 계보가 김성주-장성규 아나운서였던 걸 생각하면 완전 뜻밖이고 완전 신선했었지. 테이도 참 대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