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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dia young Aug 29. 2024

5도 2촌(4도 3촌)

5. 여름아침에 만난 무서운 손님(?)

이렇게 더웠던 기억이 있나 싶을 정도로 올핸 유난히 덥다.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며 거의 한 달째 이어 가고 있다.

폭염이 오기 전 장마기간엔 눅눅함과 꿉꿉함에 비 내리는 게 싫었는데 폭염 속 내리는 소나기가 반갑게 느껴진다.

 

비가 그친 여름날 아침 작은딸과 Kim & Lee House2에 도착해 비 피해는 없는지 산책하며 살피던 중 기겁을 하며 소리도 안 나올 정도로 놀랄만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담으로 쌓아놓은 조경석 사이에 구렁이가 똬리를 틀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너무 놀랐지만 순간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동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남편에게 전화해 상황을 알렸다.


회사에서 일하다가 전화받은 남편은 긴 장대로 구렁이를 몰아 내 보라고 했지만 난 너무 무서워서 못한다며 어떡하냐고 발을 동동 구르고 호들갑을 떨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남편은 당장 달려올 수도 없고 무척 당황스러웠을 것 같다.


나의 호들갑엔 이유가 있다.


어린 시절 여름방학 때 큰댁에 놀러 갔을 때의 일이다.


사촌오빠, 언니들과 뒷산에 매어 놓았던 소를 풀어 몰고 오라는 미션을 받고 산길을 내려오던 중 가늘고 긴 뱀이 지나가는 걸 보고 너무 놀라 막 울며 사촌 오빠에게 업혀서 내려왔던 기억이 있다.


아마 동물원이 아닌 곳에서 뱀을 직접 본 건 처음이어서 그 이후로 난 뱀이 너무 무서웠다.

그 이후 살면서 뱀을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엔 뱀 중에 구렁이를 만났으니 너무 놀란 것이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다시 가 보았다.


악! 구렁이가 없어졌다.


1분? 아니 30초도 안된 거 같은데 깜쪽같이 구렁이가 없어진 것이다.

돌 틈으로 들어갔나? 더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조경석 사이에 어딘가 있다가 다시 나올까 봐 마당에 나오기도 무서웠다.


집 안으로 들어가 이번엔 엄마에게 전화드렸다.


엄마는 그 구렁이가 터 지킴이 인가 보다고 하셨다.

옛날 시골집엔 터 지키는 구렁이들이 있었다고 얘기하시며 그런 거 해코지하면 안 된다고 가만히 놔두라고 하셨다.

터 지킴이에 대한 여러 가지 속설들이 있다고 한다.

사람눈에 띄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 구렁이도 아침 일찍 잠깐 나왔다가 우리를 보고 얼마나 놀랐을까?

다시 자기의 보금자리로 잘 돌아갔으니 계속 우리 터를 잘 지키고 잘 지냈으면 좋겠다.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고 언제 또 나올지도 모르는 구렁이와의 자연 속의 삶.

터 지킴이라는 엄마 말씀대로 다시 만나고 싶진 않지만 이 터를 잘 지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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