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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dia young Aug 21. 2024

5도 2촌(4도 3촌)

4. 늦은 봄과 초여름사이

우리의 Kim &Lee House2에 늦은 봄과 초여름 이 약 한 달간 찾아오는 손님이 생겼다.


남편이 마당에 있는 소나무에 작은 새 집을 걸어두었는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새가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았다.


작년 늦봄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다가 걸어둔 새집 안으로 조그만 새가 지푸라기를 물고 들어가는 걸 보게 되었다.

너무 신기해서 지켜보니 새 집 안으로 연신 지푸라기를 물고 날아 들어가는 것이었다.

궁금했지만 가만히 두었다.


다음날 아침 창문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보니 조그만 새가 그 안에 작은 부리를 밖으로 향하앉아 있었다.

그때부터  모든 촉각은 새에게 쏠렸다.


나는 그 안이 너무 궁금해졌다.


정오쯤 날이 더워지자 새가 밖으로 나가고 없었다.

그 틈을 이용해 휴대폰을 들고 살금살금 다가가는데 새 집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전깃줄에 새 2마리가 앉아서 지켜보고 있었다.

아... 안녕? 하고 집으로 다시 들어왔다.


그때부터 새와 나의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나의 온 신경은 새 집과 전깃줄에 쏠렸다.

전깃줄에도 새가 없는 걸 확인하고 새 집 안을 휴대폰으로 찍어봤다.

메추리알 같은 새 알이 있었다.

"어머! 알을 낳았네?" 어제 둥지를 만드는 것 같더니 어느새 알을 낳았던 것이다.

어미새는 조그만 새 집 안에 들어가 알을 품고 있다가 낮이 되어 주변온도가 올라가면 나와 전깃줄에 앉아 알을 지키는 듯했다.

그렇게 새 와의 한 달간 동거가 시작되었다.


주말에만 우리가 나타나니 새들 입장에선 평화로운 부화 여정에 우리가 객 일수도 있겠지 하는 생각에 행동을 조심하게 되었다.

대문도 조용히 여닫고 마당에선 큰소리로 얘기하지도 않고 새 집 쪽으로 자꾸 가는 눈길도 다 잡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새집을 살펴보니 조그만 부리들이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알이 부화되어 아기 새들이 대 여섯 마리 엉켜 있었다.

새 부부인듯한 두 마리가 연신 먹이를 날라다 새끼들을 먹였다.


그렇게 몇 주 동안 새 가족 보는 재미로 주말을 기다리던 어느 날 Kim & Lee House2에 가보니 새 집 주변이 너무 조용했다.

모두 이소 한 것이다.

주말마다 만나는 새 가족과 정이 들었는데 아쉬운 마음에  "모두 떠났네~ㅠ". 하니 남편이 "이 녀석들 월세도 안 내고 가버렸네?" 하며 우스갯소리로 나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었다.


올해엔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새들이 또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았다.

그래서 나는 쫑쫑이라는 별칭을 지어 불렀다.

쫑쫑이 가족은 작년처럼 잘 부화하고 몇 주 동안 아기새들이 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주말 집 안에서 창문으로 새 집을 내다보니 아기새가 밖으로 나오려고 불안하게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마음 졸이던 순간 어미새가 와서 날갯짓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아기 새가 따라서 날아가는 이소의 현장을 볼 수 있었다.


"쫑쫑이 가족 잘 가~♡"

♧ 이소 하는 아기 새 ♧


도시에선 쉽게 경험하지 못할 신기한 경험과 자연 속에서의 새로운 만남을 선물해 준 쫑쫑이 가족.

 내년 봄에도  또 찾아와 주길 기대하게 되는 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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