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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dia young Sep 19. 2024

사랑해요~

"사랑해요~~"

결혼한 큰 딸이 일과를 마치고 집에 가는 시간이면 전화를 걸어 딸의 오늘 하루를 얘기하고 아빠, 엄마, 여동생의 안부를 묻고 전화를 끊기 전 마지막으로 하는 말입니다.

그러면 나도 "사랑해요 ~~"라고 얘기하고 전화를 마칩니다.


'사    해~~'라고 천천히 말해보면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웃음이 지어집니다.

이렇게 예쁜 말이 왜 그렇게 잘 안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엄한 아버지 밑에서 살던 우린 '사랑해요'란 말을 집에서 쓰지도 않았고 오글거리는 그 단어와는 거리가 멀었던  같습니다.


결혼 후, 남편은 내게 '사랑해요'란 말을 잘했습니다.

신혼 설거지 하고 있을 때도 뒤에서 백허그하며 사랑해요 하고, 잘 때도 손을 꼭 잡고 사랑해요라고 얘기했었습니다. 

사랑해요란 말과 친하지 않고 애교도 없는 나는 사랑해요란 말이 잘 안 나와서 '나두요~'라고 답했었지요.


시댁도 사랑해요란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집은 아니었는데 남편은 나름 많은 노력을 했었던 거 같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고도 나의 변화가 없으니 남편의 사랑해요란 말도 점점 횟수가 줄더니 우리 사이에서 사라졌습니다.

나의 미온적 태도 때문인지 남편의 사랑이 식어간 건지는 모르지만(하하하).


그렇게 아이들 키우며 사랑해요 란 단어는  우리 가족 사이에서 몇 번씩 부활했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다 큰 딸이 결혼하고 분가하면서 큰 딸과의 통화를 끝낼 때면 늘 사랑해요를 다시 하게 됐습니다.

한집에 살고 있는 남편과 작은 딸과는 아직도 사랑해요란 말을 못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 우리 4남매는 평소 우리 가족의 애정도를 되짚어보며 각성하고 '사랑해요'를 생활화하기로 했습니다.

통화를 하고 마칠 때면 '사랑해요' 하며 전화를 끊었습다.

남동생은 평소 자주 하던 말이 아니라 어색해하며 잘 못했지만 여동생들은 잘했습니다.

아버지도 엄마도 자연스럽게 잘하셨어요.

통화가 끝날 때쯤이면 사랑해요가 나오길 기다리시는 거 같았고 사랑해요 하면 은근히 좋아하시면서 사랑해요라고 답하셨습니다.


우리에겐 엄하고 무서웠던 아버지가 손주들이 생기면서 애교 넘치는 할아버지가 되셔서 손주들에겐  리듬감 있게 '사랑해요~~'를 하시는  사랑스러운 할아버지셨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옆에 계실 때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해드리지 못한 걸 후회했습니다.

그런데 혼자 계신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해 드려야 하는데 그 말이 스멀스멀 속으로 들어가  또 안 나오고 있습니다.


막냇동생은 여전히 사랑스럽게 막둥이의 역할을 잘 해내며 엄마에게 '사랑해요'를 잘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사랑해요란 말을 들으면 가슴이 따뜻해지고 사랑해요라고 말하면 가슴이 몽글몽글해집니다.

억지로라도 좀 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꾸 연습해서 자연스럽게 사랑해요가 술술 나오도록 나 혼자 연습을 해봐야겠습니다.


'사랑해요~'

사랑해요가 어색하면 영어로 해볼까요?

'알라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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