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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dia young Jul 24. 2024

네 모녀만의 첫 여행

83세인 우리 엄마는 여행을 좋아하신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어디든 밖으로 바람 쐬러 나가는 걸 좋아하신다.

1남 3녀 중 세 딸이 엄마를 모시고 첫 여행을 계획했다.(물론, 각자의 가족들과 혹은 온 가족이 하는 여행은 종종 있었지만)

요즘 세상엔 딸과 엄마, 아들과 아빠의 여행도 잘들 하는 것 같던데 우린 각자의 삶 속에서 우리  모녀들만의 시간을 통 낼 수가 없었다.

엄마는 아버지의 식사와 일상을 맞춰드리느라 아버지의 곁을 떠날 수 없었고, 우리 딸들은 각자의 가정과 일 그리고 어디든 함께하자고  따라나서는 금슬 좋은(?) 남편들 덕분에 우리들만의 여행을 할 기회가 없었다.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가시고 혼자 적적하신 엄마를 모시고 더 늦기 전 엄마가 건강하실 때 짧게라도 1박으로 동해온천호텔로 떠나기로 했다.

우리 엄마는 사우나를 좋아하신다.

막내는 요즘 수영에 푹 빠져있다.

그래서 수영장과 사우나가 있는 온천호텔로 정했다.

오션뷰 복층형에 커다란 욕탕이 있는 룸에 체크인하고 바로 수영장으로 갔다.

한 40년 전 수영장 정기 회원이셨던 엄마는 이제 수영은 자신 없다며 튜브를 타시고 아쿠아로빅처럼 수영장을 열심히 걸어 다니셨다. 막냇동생은 우아한 포즈(제부의  콩깍지 시선)로 수영을 뽐내며 네 모녀의 즐거운 첫 여행을 즐겼다.

사우나로 가니 엄마는 진격의 할머니셨다.

두 무릎을 모두 수술하셔서 걸음이 늘 불안한데 온탕, 냉탕, 사우나를 날아다니셨다.

미끄러지실까 조심하란 잔소리에도 우리 보다 더 잘 다니셨다.

호텔 내 멋진 레스토랑에서 식사 후 객실로 돌아온 우린 2차로 엄마와 좋은 시간도 보내고 얘기도 하려 했는데 엄마는 침대에 누우시자마자 곯아떨어지셨다.

얼굴에 팩도 해드리고 함께 사진도 찍으며 추억을 쌓으려 했는데 푸우푸우 입바람을 불며 곤히 잠든 엄마 얼굴에 팩을 붙여드리며 건강하실 때 좀 더  이런 시간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다음날 체크아웃 하기 전 나갈 채비를 다하신 엄마는 침대에 누워 우리들의 준비가 끝나길 기다리시며 작은 소리로 노래를 흥얼거리며 부르고 계셨다.

엄마도 처음 하는 딸들과의 여행이 즐거운 시간이셨나 보다.

부모님의 내리사랑만큼 치사랑이 힘들다는데 그동안 우리 딸들도 내리사랑만 하느라 치사랑을 못 해 드렸는데 엄마가 건강하시고 움직이실 수 있을 때 네모녀의 두 번째, 세 번째... 여행을 만들어서 엄마를 행복한 할머니로 만들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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