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5도 2촌(4도 3촌)

16. 다람쥐의 슬픈 이야기

by Lydia young

지난봄까지 촌집의 옆집 마당과 우리 마당을 휘저으며 돌아다니던 다람쥐가 얼마 전부터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람쥐 먹으라고 마당에 밤을 뿌려놓던 옆집 언니는 '요즘 다람쥐가 안 보여.' 하며 걱정을 했습니다.


마당에 뿌려놓은 밤을 여기저기 숨겨놓은 다람쥐 덕분에 마당 이곳저곳에선 숨겨놓은 밤이 싹이 나고 잎이 자라나기도 합니다.

지난가을엔 통통하게 살 오른 다람쥐를 만나 귀여워서 사진을 찍어놓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남편은 "다람쥐 죽었대."라고 얘기하는 거였습니다.

남편의 말에 깜짝 놀라 "왜요? 어떡하다가?" 하며 물으니 뒷집 아저씨가 전해준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촌집 앞쪽에는 캠핑장이 있는데 그곳에서 풀어 키우는 개가 2마리 있습니다.

이 녀석들은 동네가 자기 구역인양 마구 돌아다니며 주말에만 오는 우리들도 이방인으로 생각해 우리를 만나면 마구 짖어댑니다.

그 녀석들이 다람쥐를 잡아 물고 캠핑장으로 왔더랍니다.

날쌘돌이 다람쥐를 그 두 녀석이 협공으로 잡은 걸까요?

다람쥐가 살이 올라 날쌔게 도망을 못 갔을까요?


우리 촌집 앞으로 두 녀석이 지나갑니다.

나는 "귀여운 우리 다람쥐의 원수들!" 하며 외칩니다.

두 녀석이 빤히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합니다.

촌집의 작은 반가움이었던 다람쥐는 그렇게 슬프게 생을 마감했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5도 2촌(4도 3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