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 여자 없는 남자들 [드라이브 마이 카] 해석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님) 사랑 속 외로웠던 그녀

by 딩두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님의 드라이브 마이 카를 처음 읽었을 때 가후쿠의 이성적 행동 뒤에 숨어있는 겁 많은 소년의 모습이 나와 너무 겹쳐 보였다. 나는 그가 느끼는 감정을 동일하게 느끼고 있었고 나라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 가후쿠는 소름 돋을 정도로 그 생각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었다. 나는 상상력이 풍부한 편이 아니다. 하지만 처음으로 책을 보며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정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 방식에는 각자의 방식들이 있겠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좋은 감정을 느낀 책일수록 그 책을 더 파먹고 싶다, 작가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진다. 그들과 공명한다면 나 또한 그들과 같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만 같았다. 그렇기에 나는 다시 한번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운전을 한다는 의미가 성관계의 의미로 느껴졌다. 가후쿠의 운전기사인 미사키에 대한 묘사는 미사키라는 인물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쉽게 상상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녀는 스틱을 잡아 운전하는 수동 운전에 능숙했고 조작 하나하나가 매끄럽고 어색한 데가 전혀 없었다. 도로가 혼잡해서 종종 신호에 걸릴 때도 그녀는 엔진 회전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려고 유의하는 것 같았다

가후쿠는 눈을 감으면 엔진 소리의 변화에 귀를 기울이고서야 겨우 기어비의 차이를 알아챌 정도였다 액셀이나 브레이크를 밟을 때도 부드럽고 신중했다. 또한 무엇보다 다행인 건 이 아가씨가 시종 편안하게 운전한다는 점이었다. 그녀는 차를 운전하지 않을 때보다 운전할 때 더 긴장이 풀리는 것 같았다. 퉁명스럽던 표정이 누그러들고 누매도 얼마간 온화해졌다. 다만 말수가 적은 것은 여전했다. 질문을 받지 않으면 입을 열지 않았다.]


미사키에 운전 실력에 대한 묘사이다. 운전 실력을 섹스 실력으로 비유해 표현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다시 본 나로서는 자극적인 문장들의 연속이었다. 변태라고 생각해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이후 나오는 문장들이 나를 어느 정도 확신에 차게 만들어 주었다.

[교통량이 많은 가이엔니시 거리에서 시험 삼아 몇 번 평행 주차를 시켜보자 그녀는 요령 있고 정확하게 해냈다. 감이 좋은 아가씨다. 운동 신경도 뛰어나다. 신호를 오래 기다리는 동안에는 담배를 피웠다 좋아하는 브랜드는 말보로인 모양이었다. 신호가 파란색으로 바뀌면 곧바로 담배를 껐다. 차가 달리는 동안에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꽁초에는 립스틱이 묻어 있지 않았다. 손톱에 매니큐어도 바르지 않았다. 화장이라는 걸 거의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몇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운전은 어디서 배웠지?”

홋카이도 산속에서 자랐어요. 십 대 중반부터 차를 몰았죠. 차가 없으면 살 수 없는 곳이거든요. 골짜기에 있는 동네라 해가 잘 들지 않아서 일 년의 절반은 도로가 동결돼요. 싫더라도 운전 실력이 좋아지죠. “하지만 산속에서 평행주차를 연습할 수는 없었을 텐데”

그녀는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필요도 없는 뜻일 것이다.]

미친 생각처럼 들리겠지만 미사키는 십 대 중반부터 고향에서 성관계를 했고 도심으로 오고 나서도 잦은 경험들이 있었으며 그 경험들이 가후쿠를 만족시켜주고 있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나는 변태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다음, 미사키가 말하는 가후쿠의 운전면허 정지 이야기로 인해 운전이 의미하는 것은 성관계뿐만 아닌 사랑의 범위로 확산되어 전달되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접촉 사고를 내서 면허가 정지됐어요. 술을 좀 마셨고, 시력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던데요.”

“경찰이 지정한 안과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녹내장 징후가 발견됐어. 시야 결손이 있다는 거야. 오른쪽 구석에. 여태까지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가후쿠의 전 (운전) 사랑이 가후쿠의 시야적 문제로 인해 어떤 장애가 생겼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가후쿠가 이혼하게 된 이유가 떠올랐다. 가후쿠는 결혼 생활을 하며 아내의 외도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아내와 가후쿠는 좋은 사랑을 이어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만큼 부부 사이가 좋았다. 육체적인 관계가 없는 사랑 또한 아니었다. 그럼에도 아내의 외도는 멈추지 않았다. 가후쿠는 이런 아내의 외도 이유가 너무나도 궁금했다. 하지만 아내가 자궁암에 걸려 죽게 되자 기후쿠는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지게 된다. 그렇기에 그는 의도적으로 아내의 외도 상대를 만나 친근하게 다가가며 그 이유를 알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가 알게 된 건 아내의 외도 상대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외도 상대에게 말한다.


[“나는 그녀 안에 있는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쳤는지도 몰라. 아니, 눈으로 뻔히 보면서도 실제로는 그걸 보지 못했는지도 몰라.”

그걸 들은 외도 상대는 이런 말은 전한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타인의 마음을 속속들이 들여다본다는 건 불가능한 얘깁니다. 그런 걸 바란다면 자기만 더 괴로워질 뿐이겠죠. 하지만 나 자신의 마음이라면,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 분명하게 들여다보일 겁니다. 그러니까 결국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나 자신의 마음과 솔직하게 타협하는 것 아닐까요? 진정으로 타인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나 자신을 깊숙이 정면으로 응시하는 수밖에 없어요.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가후쿠는 운전(사랑)을 못 하게 된 이유를 시력(그녀 안에 있는 무언가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한 것)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외도 상대는 그 지점을 지적한다. 시력이 문제라면 우리는 모두 비슷한 맹점을 안고서 살아가는 거라고 그건 자책할 지점이 아니라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나 자신을 깊숙이 정면으로 응시하는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여기서 가후쿠의 전 아내가 외도한 이유를 이 책에 숨겨 놨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가후쿠의 생각과 행동들을 위주로 다시 한번 책을 봐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세 번째로 책을 넘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첫 장부터 작가는 이 모든 나의 행동반경을 예상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인간에 대한 경애심이 들었다.


[지금까지 여자가 운전하는 차를 적잖이 타보았지만, 가후쿠가 보기에 여자들의 운전 습관은 대략 두 가지로 나뉘었다. 지나치다 싶을 만큼 난폭하거나 지나치다 싶을 만큼 신중하거나,

일반론을 말하자면, 여자 운전자는 남자보다 조심스럽고 신중하다. 그런 운전은 때로 주위 운전자들을 답답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한편 난폭한 쪽에 속하는 여자 운전자는 대부분 나는 운전을 잘한다고 믿고 있는 듯 보인다. 그녀들은 대체로 지나치게 신중한 여자 운전들을 우습게 보고, 자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하지만 그녀들이 대담하게 차선을 변경할 때 주위 몇몇 운전자들은 한숨을 내쉬며, 혹은 그리 바람직하지 못한 말을 입에 담으며 브레이크 페달을 급하게 밟는다는 건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같다.

물론 둘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너무 난폭하지도 너무 신중하지도 않게. 극히 평범하게 운전하는 여자들이다. 그중에는 운전에 상당히 능숙한 여자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가후쿠는 왠지 그녀들이 계속 긴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뭐가 어떻다고 구체적으로 지적할 수는 없지만, 조수석에 앉아 있으면 그런 원활하지 않은 공기가 전해져서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유난히 목이 타기도 했고, 침묵을 메우려고 괜스레 시시한 얘기를 꺼내기도 했다.]


사랑에 관한 가후쿠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여자가 주도하는 사랑이 불안전하다고 느낀 것 같다. 실제로 전 아내와 같이 살 때 운전은 가후쿠가 맡아서 해왔다고 나와있다. 만일 가후쿠가 여자가 주도하는 사랑이 불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여자가 가정을 이끌어 가는 것이 어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는 자신도 모르게 사랑의 주도권을 본인이 쥐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더라도 자신에게 주도권이 없는 사랑이라면, 그저 운전석 옆자리에만 앉아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그저 앉아만 있는 사람이라면 심심할 수 있다, 외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 마지막에 미사키는 이런 말은 한다.

[“부인은 그 사람에게 애당초 마음을 빼앗기지 않았던 게 아닐까요?” 미사키는 매우 간결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잤죠”]


...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었다. 3번 읽은 것마저도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님의 손바닥 위에 있었던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였다. 너무나도 대단한 책이다. 문득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님이 결혼을 했을까라는 생각에 작가님을 검색해 보았다. 그는 학생 신분으로 젊은 나이에 결혼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본 해석은 지나친 과대 해석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작품을 망치는 해석이라고 말해도 할 말은 없다. 그럼에도 나는 아내와의 사별 후에 길을 잃고 방황 중인 어른 연기를 잘하는 어느 한 겁 많은 소년의 외침이 들린다.

드라이브 마이 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