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슬프지 않았다.

by 이담우

“원혁이 오빠 얼마 안 남았다”

그 한마디를 들었을 때, 나는 소파에 앉아 “응, 응”만 되뇌었다.

그 뒤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습관처럼 “응, 그래. 연락할게.” 하고 전화를 끊었을 뿐이다.


원혁이 오빠는 내 사촌 오빠다.

작년, 혈액암 진단 소식을 들었을 때는 나도 단순히 치료를 받으면 좋아질 거라 믿었다.

조금의 위로금과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치료가 더 이상 소용없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상태는 급격히 악화되었고, 할 수 있는 치료가 없다는 말이었다.

아이러니한 건, 그 무거운 이야기를 들은 다음에도 나는 밥을 먹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신랑에게 소식을 전하고, 식탁에 놓인 제육볶음을 집어 먹으며 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오빠는 서울에 있고 나는 제주에 있었다.

거리가 탓이었을까, 혹은 그와의 관계 때문이었을까.

나는 크게 슬프지 않았다. 내 감정은 마치 메말라 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나 죽는 게 무섭다.”

오빠의 그 말은 내 가슴을 후벼 파지 못했다.

내가 그 상황에 있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내가 너무 무딘 걸까.

오빠의 두려움이 내게 닿지 않는다면, 나는 나쁜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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