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너무 졸려, 나 좀 잘게“ 하고는 침대에 누웠다.
"엄마한테 뽀뽀할래" 하며 나의 귀여운 천사들이 "엄마잘자" 하며 뽀뽀를 쪽쪽 해주고
나는 나의 아기들에게 뽀뽀를 쪽쪽쪽쪽 하고는 "사랑해"를 속삭였다.
거실에 있던 신랑에게도 큰 소리로 "먼저잘게" 하고는
신랑이 "응, 얼른 쉬어" 라는 대답까지 듣고 나는 세상 모르고 잠이 들었다.
그 때가 저녁식사를 마친지가 얼마 되지 않았으니, 한 여덟시 쯤?
애들보다 일찍 잠이 든 그런 날이었다.
밤에 화장실이 너무 급해 화장실을 가겠다고 문을 여는 순간,
띠링~ 하는 소리가 났다. 뭐지, 잘못들었나
화장실 신발을 신으려 했더니 신발이 없다. 응? 변기가 없다 세면대도.
내 눈 앞에 놓인건 웬 계단이다. 눈을 감고 머리를 흔들며 다시 상황을 직시했다.
엘리베이터도 눈에 보인다. 화장실이 아니었다.
나는 얼른 다시 들어가려고 허겁지겁 현관 번호키 뚜껑을 열었다.
5, 6, 응? 그 다음은? 그 다음은 뭐지?
보안을 확실하게 한다고 4자리 비밀번호에서 6자리로 변경한게 화근이었나
그래도 번호 바꾼지가 언젠대 그런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고 있는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 했다.
다시 딩동 하고 누르기엔 자고 있는 아이들과 신랑이 깰까봐 그러지도 못했다.
애들 깨면 안되는데, 신랑도 야근을 하고 와서 많이 피곤 할텐데
수면에 방해가 되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잠깐 바람을 쐬면 괜찮아 지겠지 하고 계단을 터벅터벅 내려왔다.
한참 더워지는 오월 중순인데도 밤이라 그런지 꽤 쌀쌀했다.
밖을 나섰는데, 콱 하고 내 발에 뭐가 푹 하고 들어온 느낌이다.
아 뭐지? 하며 아파트 입구에 걸터앉아 찔려 있던 나뭇가지를 빼내고 피를 쭉죽 짜내었다.
그제서야 내 발이 왜 이렇게 시린지 알았다.
맨발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몇몇 집만 불이 켜져 있고 다른곳은 깜깜하다.
아, 맞아 나 새벽에 깬거지, 하며 이 황당한 상황을 마주 하고 있었다.
이 황당한 상황을 마주하기에 나는 너무 안정적이었다.
‘그래, 나 그냥 비밀번호만 생각이 안났을 뿐이야.
잠시 바람 좀 쐬고 정신을 가다듬으면 금방 괜찮을 거야, 내가 잠이 덜 깼나봐’
하며 혼자 콧웃음을 쳤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원래는 비는 시간이 생기면 괜히 핸드폰을 꺼내 하릴없이 만지작 거리는게 일인데,
화장실 가려고 나온터라 내 손에 핸드폰이 있을리 만무하다.
괜히 하늘을 올려다 보고 검은 하늘에 콕콕 박혀 있는 별빛만 한참을 바라 봤다.
'아, 언제 이렇게 하늘을 보니, 좋다' 하며
내 코 끝에 스미는 바람의 향기를 느끼니 내가 꼭 천국에 있는 느낌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나, 오줌보가 꼭 터질것만 같았다.
화장실 가려고 깼다라는걸 상기했다. 방법이 없었다.
어기적 어기적 나름의 수풀 같은 곳을 찾아다녔다.
나이 40에 노상방뇨라니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달리 방도도 없었다.
어딜 가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꼭 싸버릴것만 같았다.
일단 어둑 어둑 어디 좀 후미진 적당한 곳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소변을 봤다.
'아, 살겠다' 하며 눈을 감고 그 오묘한 쾌락을 느꼈다.
소변물이 땅에 튀면서 맨발인 내 발에 닿았다.
찝찝했다. 하지만 그것은 일도 아니었다. 오줌보에 소변이 꽉 찬 느낌이 더욱 불편했다.
그렇게 나름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를 해결 하고 나니,
뭐 지금 이 상황이 당황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머리 좀 식히라고 그랬나 보다 하고 나름 나를 잘 다독이고 있었다.
‘으스스 춥기도 하고 이렇게는 안되겠다 다시 집에 들어가야지’ 하고 있는데
집은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고 꼭 다 찍어낸 것 처럼 똑같이 생긴 아파트 숲에서
내가 살고 있는 내 집을 찾기에는 너무 힘들고 어려웠다.
얼른 스치는 듯, 저 집인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