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도시락을 싸면, 우리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by 이담우

잠시 눈을 감았다.

나는 오토바이위에 올라 앉아 연신 웃고 있었다.

너무 웃어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이니 말 다 했다.

나의 어린시절은 늘 아버지의 오토바이를 타고 제주도 전역을 돌아 다녔다.

마이카카 없던 시절, 아빠는 낡은 오토바이를 하나 가지고 계셨다.

모델명과 크기가 기억나는게 아무것도 없지만

분명 우리 네가족이 타기에는 충분했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랬다.

모든게 완벽했다. 집앞에 주차되어 있는 모습도 그렇게 멋질 수가 없다.

아마 내 기억이 맞다면 나와 내 동생 뿐만 아니라,

많은 동네 아이들이 그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사진도 몇장 찍었더랜다.

그때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집에서 '밥 먹자, 어서 들어와' 하기 전까지 동네친구들이 마치

한 가족처럼 하루죙일 놀던 그 시절 이었다.

"챙겨, 나가자~"

아부지의 한마디에 우리 가족은 일사분란 하다.

"어디 가요? 어디가게?"

"엄마, 잠바 입어? 말아?"

"엄마, 반바지 입어도 되요?"

"저이는 또 시작이야, 미리 말이라도 해주던가" 볼멘소리를 하시면서도 엄마는 냉장고를 열어 '뭐가 있지?' 하며 뒤적이기 시작하신다.

급한대로 계란말이랑 달짝지끈한 무장아찌, 하이햔 쌀밥까지 도시락통에 담았다.

보온도시락은 사치다. 집에 있는 밀패용기 몇개에 이것 저것을 싸고 보자기로 동여 맨다.

급작스런 준비에 당황하시는것 같다가도 이런 급작스런 나들이가 싫으신 눈치는 아니다.

그 모든 것들이 우리가족의 소풍이자 작은 여행이었다.

그 도시락을 담았던 자주색 배낭.

이 작은 배낭으로 말할것 같으면 역사와 전통이 아주 깊다.

엄마 아부지 연애시절, 아빠가 엄마에게 툭 하고 내밀었던 선물인데,

영 촌스럽고 영 안예뻐서 이게 진짜 날 주려고 산 선물이 맞나 싶게 당혹스러우셨다고 했다.

가방에 정이 들어 동생과 나 둘을 낳은 뒤에도 엄마의 기저귀가방, 젖병가방이 되었다.

분명 지금도 어디 있을 텐데 하며,

슬며시 눈을 떴다.

어두컴컴한 공기와 스산한 바람이 날 맞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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