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어린 시절의 추억 속으로 들어가보려 눈을 감았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건 그저 캄캄한 장면 뿐이었다.
‘아 괜히 눈을 떴어...’
나의 추억 여행이 그렇게 끝나버린게 아쉬웠다.
시선을 아래로 두니, 내가 맨발이라는걸 다시금 느낀다.
깊은 새벽녘이라 그런지 아직도 지나다니는 이 하나 없다.
어릴 적 나는 어둠 속에 혼자 두고 가는 엄마가 못내 야속했었다.
잠을 혼자 자는 게 늘 두려웠다.
불을 끄고 침대에 누우면
온갖 상상속의 무서움들이 튀어나와 나를 괴롭혔다.
7층 창문 너머로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는 것 같았고,
베개가 두 개면 그 옆 베개엔 귀신이 누워 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무서운 생각들은 꼭 그 시간에는 몰려왔다.
그럴때마다 엄마는 방문을 열어주고, 안방 문까지 열어두었다.
그 작은 연결만으로도 안심이 되어 금세 잠이 들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어둠 따위는 두렵지 않다.
‘아 이제 좀 진정됐네' 하며
정신없는 육아 후의 고요를 즐기게 되었다.
그러다 나는 걷기 시작한다.
“어어“ 중얼거리며 한없이 걸음을 옮긴다.
내 사춘기는 처철했지만 고요했다.
'너 같은 딸 낳아서 고생 좀 해봐라'
저주 같지만 저주 같지 않은, 이상한 말이었다.
나는 그 시절, 말 한마디 하지 않는 사춘기를 겪고 있었다.
이유 없는 반항이라 불리던 그것이 사실은 무엇인지,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사고를 치지도 않았고,
질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않았다.
다만 집에 들어서면
괜히 말을 섞는게, 말을 하는게,
무슨 말을 하려는게 에너지가 너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