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홈패션을 꿈꿨지만,
현실은 목 늘어난 티셔츠

by 이담우

우아한 홈패션을 꿈꿨지만

현실은 목 늘어난 티셔츠


자신을 가꾸는데 신경 쓰고,

나를 돌보는데 최선을 다 했던 나는

이제는 온 데 간데없다.

그 사실을 알아채니, 슬퍼졌다.


분명, 약속했는데,

나를 치장하는데 필요한 '최소 품위유지비'만큼은

절대 아끼지 않겠다고,


하지만, 그 품위유지비는

1순위에서 밀려난 지 오래다.


동생이 더이상 입을 수 없겠다며 가져다주는 옷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내 쇼핑몰 장바구니는 가득 채워졌다가

이내 비워진다.


고르고 골라 한 계절을 겨우 날 수 있는

두 어벌이 내게 선택된다.


그렇게 한 계절을 신나게 입고 나면,

어느새 너덜너덜해진 옷들 속에서

나는 '홈웨어 부자'가 되어 있다.


우아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예쁜 홈웨어를 입으면

우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 했는데,


현실은 편해서 좋다며 입어재끼는 냉장고 바지와

100% 면이라 자랑했던 철 지난 티셔츠가 나를 감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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