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선을 넘었다.
오늘은 왕 하고 싸우기보다
침묵을 택했다.
무얼 말해도 내 요지를 벗어나고,
내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을
더 이상 마주할 힘이 없었다.
말로 풀고 싶지 않았다.
나 혼자 정리하고 다듬고 싶었다.
그렇게 내 생각을 정리하고 나면
한결 나아지리라 생각했다.
괜히 뱉은 말로
일이 더 꼬이는 경험은
이미 충분히 했다.
내 기분 나아지라고 전화도 왔고
괜찮냐고 묻기도 했지만
나는 ‘아니’라고 답했다.
그동안 넘치는 냄비에
뚜껑을 덮어 겨우 버텨왔는데,
이제는 뚜껑이 더는 버티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나는 끓는 물이 되어 그저
식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지 않을까 봐
나는 침묵을 택했고
별일이 없다면 그저 그 결정을 지킬 생각이다.
잠시 떨어져 있고 싶었다.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