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옷이 그것밖에 없니? 모자는?”
이모가 나한테 했던 말이다.
그 말이 아직도 가끔 떠오른다.
정확히는
그 말 자체보다
그 말을 듣고 있던 나의 감정이 먼저 떠오른다.
그 옷과 모자를 쓰고 가족모임에 나간 게 화근이었다.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저렇게 말을 한다고?
그때의 나는 예민하고 날것의 사춘기였다.
이모의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꽂혔다.
그 말이 더 아팠던 건
아주 틀린 말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당시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나는 마땅한 옷이 없었고,
거울 앞에 서도
스스로 만족해 본 적이 없었다.
모자는 잦은 세탁과 햇빛에 바래 있었다.
반면 사촌언니들은
나이에 맞는 옷을 입었고,
늘 새것처럼 깨끗했다.
그녀들 사이에서 나는
항상 위축되어 있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그 모자와 그 옷을 선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