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부지와 애증의 관계임에 틀림없다.
엄청나게 미워했다가 또 엄청나게 걱정한다
안부를 묻고, 챙기다가도
둘만 있는 게 더 이상 편하지 않겠다고 느낀 적도 있다.
그런데 가만 떠올리면
나는 어릴 적부터 줄곧 아부지를 따랐다.
지금 남편이 내 남사친이었을 때도
연애상담은 엄마가 아니라 아부지께 했다.
"너희는 이제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해도 좋겠다"
그 한마디 덕분에
우리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고,
곧 연인이 되었고, 부부가 되었다.
그런 아부지 였다.
그러나 시간 속에서
많은 오해와 갈등으로 멀어졌다.
마음의 거리도, 물리적인 거리도.
그런아버지의 눈썹이 길었다.
불규칙하게 삐죽삐죽 자라 있었다.
"아부지 눈썹 다듬으셔야겠어요"
아부지의 어설픈 가위질이 마음에 걸려
결국 내가 가위를 들었다.
의자에 앉아 눈을 감은 아부지의 얼굴은
많이 늙어 있었다.
한두 가닥 눈에 거슬리는 것들을 잘라내니,
훨씬 깔끔해졌다.
그날,
나는 눈썹만 다듬을 것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