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마음을 거른다
배려하는 마음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
내입장에서는 넉넉지 않은 상태에서 마음을 내어주고 있는 것인데, 받는 입장에서는 알아채지 못하는 것일까?
구차하게 '내입장이 이런데도 너에게 이렇게 해주고 있어.'라고 말을 해야 아는 걸까?
구차하게 말을 해야만 깨닫는다면, 그것은 더 이상 배려가 아니다. 그것은 호의를 대가로 존중을 구걸하는 굴욕적인 거래일뿐이다.
마음을 거른다는 것
나는 왜 그토록 치밀어 오르는 괘씸함 속에서도 '미안하다'는 말을 요구하거나, '내 사정이 어렵다'는 해명을 덧붙이지 못했을까?
그것은 내 마음속의 '배려의 온도'가 여전히 건강한 관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줄 거야'라는 마지막 기대.
하지만 이제 안다. 마음을 거른다는 것은 나의 진심을 몰라주는 상대에게 서운해하며 더 많은 증명을 요구하는 일이 아니다. 마음을 거른다는 것은, 나의 희생을 알아채지 못하는 상대의 무지(無知)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무지 앞에서 나의 귀한 호의를 멈추는 것, 즉 더 이상 잘못된 온도에 나의 불필요한 온정을 허비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자기 보호의 결단을 내리는 것이다.
오늘의 한 줄 사색
마음을 거른다는 것은, 나의 배려가 상대에게 닿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나의 호의가 부당함의 재료가 되지 않도록 멈추는 용기이다.